유명지역 상품으로 재포장 판매 과일 수요 많은 명절 앞두고 횡행… 서울시 특사경 집중단속 나서
27일 오전 서울 중구 민생사법경찰단 특별사법경찰 사무실 앞에서 식품안전수사팀 노재규 최성욱 이혜경 박혜성 이근수 수사관(왼쪽부터)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박스갈이는 낮은 품질의 농수산품을 유명 지역 고품질 농수산품 상자에 담아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박스만 바꾼다고 해서 박스갈이다. 소비자들은 상자에 적힌 상품명만 믿고 품질이 떨어지는 과일 등을 비싸게 사먹게 된다. 특히 과일 수요가 높은 명절을 앞두고 이 같은 범죄가 늘어날 것에 대비해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집중 단속에 나서고 있다.
18일부터 특사경 식품안전수사팀원 22명은 서울시내 주요 전통시장과 청과물시장을 샅샅이 뒤지고 다녔다. 박스갈이 꼬리를 잡기 위해 명절 2주 전부터 시장을 조사한다. 박스갈이는 야간이나 새벽 시간대에 이뤄진다. 1t 트럭에 실을 만한 분량의 박스를 갈아 치우는 데 짧으면 3분, 길어도 5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소위 ‘꾼’들은 박스 하나 교체하는 데 5초도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이 때문에 증거를 최대한 모아 불시에 현장을 덮쳐야 적발이 가능하다. 대규모 일당은 수억 원대의 박스갈이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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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사경은 서울시 소속이지만 활동 범위는 전국을 망라한다. 대부분의 농수산품이 지방에서 생산되고 포장되기 때문이다. 부산, 목포, 진주 등 박스갈이용으로 의심되는 차량은 어디든지 쫓는다. 27일에도 새벽부터 경기도 모처를 찾았다. 대규모 박스갈이가 의심된다는 첩보를 받고 오전 6시부터 팀원 5명이 잠복했다.
다행히 2008년 출범한 특사경이 매년 단속한 덕에 박스갈이는 줄어들고 있다. 올해 들어 이날까지 한 건도 적발되지 않았다. 특사경 관계자는 “예전에는 특정 지역 과일을 집중 선호했다면 지금은 다양하게 분산됐고 상인의 인식도 개선됐다”고 분석했다.
박스갈이 말고도 원산지 허위 기재도 집중 단속 대상이다. 차례상에 쓰이는 음식 재료를 중심으로 원산지 표시가 제대로 돼 있는지 살펴본다. 특사경 팀원이 물건을 사러 온 척하며 제품을 구매해 정밀 검사한다. 지난해에는 값싼 중국산 새우젓을 국내산으로 둔갑시켜 시중에 유통시킨 일당을 잡았다. 백 팀장은 “안전한 먹거리 문화를 만든다는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발로 뛰겠다”고 말했다.
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