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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어 된 ‘될지어다’… 국민 인사말 될지어다”

입력 | 2017-09-25 07:00:00

OCN 드라마 ‘구해줘’ 24일 종영
사이비 교주로 열연한 조성하




“길 가던 분들이 알아보시고는 저한테 다가와서 ‘안수 기도를 받고 싶다’고 해요. 자기 머리에 제 손을 올리고 사진도 찍어 가고요.”

사이비 종교라는 독특한 소재의 OCN드라마 ‘구해줘’가 24일 종영했다. 회를 거듭할수록 주인공의 상황이 나아지지 않아 ‘고구마 전개’란 별명을 얻기도 했다. 드라마에 몰입해 공감하는 시청자가 많다는 의미였다. 사이비 집단 ‘구선원’의 교주 백정기를 연기한 배우 조성하(51·사진)를 22일 만났다.

1회가 방영된 후 온라인 시청자 게시판엔 “진짜 교주 같다”는 반응들이 쇄도하며 그의 소름 끼치는 연기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사이비 교주 백정기는 흰 머리, 흰 양복, 흰 구두 차림이었다. 애초 대본엔 이런 설정이 없었다. 온전히 그의 아이디어다.

“지난 세월호 사건 때 미디어에서 수많은 군중 앞에서 연설하는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을 봤어요. 그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언젠가 작품에서 써 먹어야겠다’ 했죠. 자기 자신이 순수, 순결을 대변한다고 믿는 것 같았어요. 신격화하려는 집착을 잘 보여주는 외형이라고 생각했어요.”

OCN 드라마 ‘구해줘’에서 사이비 종교 구선원의 교주 백정기 역을 맡아 연기한 배우 조성하. 백정기는 극중에서 자신을 ‘영의 아버지’라고 칭하며 신도들 앞에서 말기 암 환자를 치료하는 듯한 행동도 보였다. HB엔터테인먼트·OCN 제공

드라마에선 구선원의 ‘영부’로 불리는 백정기가 예배를 집도하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그는 “교회 목사님들의 연설법이나 화술을 참고해 사이비 교주답게 준비했다”고 했다.

“사이비 단체도 일반 종교단체들과 똑같은 표현법을 쓸 것이라고 봐요. 사이비라고 해서 무당 옷을 입고 도깨비 얼굴을 하고 있지 않으니까요. 사랑이 가득한 말로 접근하기 때문에 구별하기 힘들다고 생각했어요. 덕분에 주변 분들이 ‘우리 목사님이 저렇게 말을 하신다. 조성하 씨도 교회 다니느냐’고 물어보세요.”

그는 종교가 없다. 가끔 휴식을 위해 산속 절을 찾아 명상하는 것이 전부다. 비기독교인인 그는 드라마 고증에 어려움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방언 같은 건 제가 전혀 모르는 세계잖아요. 근거도 없이 상상력 하나로 해야 했어요. 좋은 연기를 위해선 객관적이고 구체적으로 이해하기 쉽게 보여줘야 하는데, 진짜인 척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죠.”

그는 주로 영화에서 두목의 보스, 부패한 권력자 등을 맡아왔다. 2013년 KBS 드라마 ‘왕가네 식구들’에선 착한 사위 역할을 맡아 ‘꽃중년’ 반열에 올랐지만 그 외에 그가 맡은 역할은 대부분 악역이었다.

“이번에 제가 맡은 백정기 역할도 비유하자면 칼로 찌르진 않지만 사람들을 그물로 뒤집어씌워 잡아두는 악역이었어요. 구석지고 어두운 이야기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작품에 참여하고 싶고, 앞으로도 다양한 악역을 해보고 싶어요.”

드라마 방영 후, 대사 ‘될지어다’는 사람들 사이에서 유행어가 됐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대문 글이나 아이디로 사용하는 사람도 많다. 촬영장에서도 배우들은 서로 마주치면 양손을 모아 ‘될지어다’라고 인사했다.

“‘될지어다’는 사이비 종교 문제를 떠나 좋은 말이잖아요. 앞으로 국민 인사말이 되지 않을까요. 문재인 대통령도 회견 때 사용해 보시면 좋겠네요. 될지어다. 하하.”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