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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 화면서 계좌-환율 조회… ATM에 손바닥 대자 돈 인출

입력 | 2017-09-16 03:00:00

2017 동아재테크-핀테크쇼, 16일까지 서울 코엑스서 개최
시선 사로잡은 첨단금융 서비스




첫날 5000여명 참관 1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7 동아재테크·핀테크쇼’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과 참석자들이 우리은행 부스에서 스마트냉장고 ‘우리홈IoT뱅킹’을 관람하고 있다. 냉장고 문에 부착된 액정 화면으로 계좌 잔액과 자동이체일, 예금 만기일 등을 조회할 수 있는 서비스다. 앞줄 오른쪽부터 이광구 우리은행장, 최 위원장, 하영구 은행연합회장, 김순덕 동아일보 논설주간.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이거 진짜 되는 거예요? 오, 되네요.”

경기 안양시에서 온 유승조 씨(47)가 KB국민은행 직원의 안내에 따라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 손바닥을 올렸다. 국민은행이 5월부터 선보인 ‘손바닥 정맥’ 인증 전용 ATM이었다.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를 넣지 않았는데도 ‘삑’ 하는 소리와 함께 출금액을 누르라는 메시지가 떴다. 유 씨는 놀란 표정으로 은행 직원의 얼굴을 쳐다봤다.

이 ATM에서는 손바닥을 정맥 인증장치 위에 올리는 것만으로도 별도의 본인 확인 절차 없이 현금을 입출금할 수 있다. 미리 은행 창구에 등록한 손바닥 정맥의 패턴을 ATM이 인식해 가입자를 확인하기 때문이다. 유 씨는 출금액으로 10만 원을 설정했다. ATM에서 가짜 지폐 10장이 인출됐다. 그는 “동주민센터에서 주민등록등본 등을 지문 인식 방법으로 신청해본 적은 있는데 손바닥 인식은 처음”이라며 “지문 인식보다 속도도 빨라 편리할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금융회사와 핀테크(FinTech·금융기술) 업체들은 동아일보와 채널A 주최로 1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D2홀에서 열린 ‘2017 동아재테크·핀테크쇼’에서 첨단 금융 서비스를 대거 소개했다. 관람객들은 박람회장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핀테크의 현주소를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꼈다.

○ 일상으로 파고든 핀테크

이날 박람회에서 선보인 핀테크는 더 이상 먼 미래의 기술이 아니었다.

우리은행은 삼성전자의 스마트냉장고 ‘패밀리허브’와 연동되는 ‘우리홈IoT뱅킹’을 선보였다. 냉장고 문에 부착된 액정 화면으로 우리은행 계좌와 자동이체일, 예금·대출 만기일, 이자납입일, 환율 등을 조회할 수 있다. 우리은행 부스를 살펴보던 안명순 씨(52·여)는 “주부들에게 정말 필요한 기술”이라며 “요리하다 말고 폰뱅킹 할 일이 사라질 것 같다”고 말했다.

진화하는 모바일 금융 서비스도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하나금융그룹이 SK텔레콤과 합작해 만든 ‘핀크’는 소비자의 금융 패턴을 분석하고 금융상품을 추천해주는 휴대전화 속 프라이빗뱅커(PB)다. 이용자가 가입한 모든 계좌와 신용카드 명세를 한곳에서 볼 수 있고 소액 송금도 가능하다.

신한금융그룹은 인공지능(AI)이 투자 포트폴리오를 짜주는 ‘M-폴리오’를 선보였다. M-폴리오는 스마트폰으로 펀드 가입과 환매가 가능하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현재까지 AI가 투자를 권유해 손해 난 상품이 없다는 게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소규모 개인 사업자에게 매일 정해진 시간에 손익보고서와 입출금 내용을 알려주는 IBK기업은행의 ‘모바일 자금관리’, 휴대전화로 재산세를 납부할 수 있는 NH농협은행의 ‘스마트고지서’도 관람객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금융사와 동맹을 맺은 핀테크 스타트업도 저마다 독특한 기술을 선보였다. 디오티스는 자동응답전화(ARS)가 오면 질문 내용을 화면으로 보여주는 서비스를 만들었다. 음성을 끝까지 듣지 않아도 원하는 메뉴를 고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 P2P 투자쇼에도 발길 이어져

‘동아 P2P 투자쇼’ 강연장 역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저금리 기조로 마땅히 돈 굴릴 곳을 찾지 못한 투자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 행사엔 8퍼센트, 투게더펀딩, 테라펀딩, 펀다, 헬로펀딩, 미드레이트 등 개인 간 거래(P2P) 금융 6개 업체 대표들이 나서 P2P 시장 동향과 투자법 등을 소개했다.

양태영 테라펀딩 대표는 “안전한 부동산 P2P 금융 상품에 투자하려면 주로 수익률이 10%대 초반 상품에 투자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P2P를 통한 부실채권(NPL) 투자법을 소개한 김항주 투게더펀딩 대표는 “자산관리회사(AMC)가 담보가 좋은 부실채권을 매입할 때 P2P 금융이 돈을 빌려준 뒤 경매로 매각해 원금과 연체이자를 모두 회수하는 구조”라고 소개했다.

최근 P2P 투자 열기를 반영하듯 P2P 투자쇼에는 강의마다 60여 명의 투자자가 참석해 꼼꼼히 강의를 들었다. 경기 용인시에서 온 김모 씨(70)는 “2년 전부터 여유자금 1억 원으로 P2P에 투자해 7% 정도 벌었다”며 “P2P 업체들이 내놓은 투자 상품의 구조에 대해 잘 알 수 있어 유용했다”고 말했다.

이날 함께 열린 ‘동아 핀테크 기술 세미나’에서는 와디즈, 송금 애플리케이션 ‘토스’ 운영업체인 비바리퍼블리카, 모인, 뉴지스탁, 데일리인텔리전스 등 5개 핀테크 업체가 크라우드펀딩과 간편 송금, 로보어드바이저, 블록체인 등 기술 트렌드에 대해 설명했다.

송충현 balgun@donga.com·강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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