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오후 11시 반 서울 서대문구의 한 주택가. 마을버스에서 내린 여대생 A 씨가 골목길을 걷고 있었다. 목적지는 기숙사였다. 그 때 좁은 골목에 반쯤 몸을 가리고 있던 한 남성이 있었다. 어스름한 가로등에 남성의 머리칼이 반짝였다. 밝은 은발이었다. A 씨가 다가서자 남성은 앞으로 뛰쳐나갔다. 그리고 바지와 속옷을 내린 뒤 음란행위를 했다. 놀란 A 씨는 기숙사로 달려갔다. 이어 행정실에 알린 뒤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을 때 남성은 달아난 뒤였다. 현장에는 남성의 소변 본 흔적만 남아 있었다.
1일 오후 11시 반 A 씨는 기숙사를 향하다 또 남성과 마주쳤다. 같은 시간, 같은 장소 그리고 20대 후반의 보통 체격. 이틀 전 봤던 ‘은발의 바바리맨’이었다. A 씨는 다급히 휴대전화를 꺼내 112를 눌렀다. 출동한 경찰은 달아나던 남성 B 씨를 30분가량 추적해 현장에서 검거했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B 씨를 공연음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15일 밝혔다. B 씨는 처음엔 범행을 완강히 부인했다. “소변을 보기 위해 왔던 것일 뿐”이라며 발뺌했다. 하지만 지속된 추궁에 결국 범행을 시인했다. 노상방뇨를 하다 지나가던 20대 여성을 보며 성적 쾌감을 느껴 저지른 일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B 씨에 대한 보강 수사를 마치는 대로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김동혁 기자 h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