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의약품 등 천연원료 사용대가로 이익의 10% 내라” 국내 화장품-바이오업계 초비상
국내 화장품 업계를 대표하는 ‘대한화장품협회’와 바이오의약품 업계 단체인 ‘한국바이오협회’는 최근 나고야의정서 대응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다. 사실상 중국의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한 조직이다. 중국이 나고야의정서 당사국이 된 뒤 올해 3월 강력한 제재 내용을 담은 ‘생물유전자원 접근 및 이익공유(ABS) 관리조례’의 입법을 예고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TF엔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대표 화장품 기업뿐 아니라 한국콜마, SK바이오랜드와 같이 화장품·의약품 원료 공급사 등 총 16개사가 참여했다.
중국이 입법을 예고한 ABS 관리 조례안은 나고야의정서를 이행하기 위한 세부 법률에 해당한다. 나고야의정서는 생물유전자원을 이용할 때 해당 국가의 승인을 받고 발생한 이익도 나눠야 한다는 내용의 국제규범으로 2014년 발효됐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중국 ABS 관리 조례안에는 △중국의 생물자원을 이용할 시 중국 기업과 반드시 합작 △생물유전자원 제공 지역에 사용비 등 금전적 이익과 더불어 기술 양도 및 일자리 제공 같은 비금전적 이익 공유 △생물유전자원을 통해 얻은 연간 이윤의 0.5∼10%를 이익공유 기금으로 국가가 징수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환경부는 내년쯤 중국이 이 조례안의 입법을 완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예를 들어 브라질은 순이익의 1%를 생물유전자원 제공자와 공유하도록 했다. 국가에 추가로 납부해야 하는 기금은 따로 없다. 그 외에도 중국은 생물유전자원 이용 시 반드시 자국 기업과 합작을 하도록 했다. 기술 유출 우려도 낳고 있는 실정이다.
해당 업계에서는 중국이 발표한 ABS 관리 조례안이 국내 기업들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국내 기업의 중국 생물유전자원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올 6월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이 바이오 산업계 종사자 16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9.2%가 중국에서 유전자원을 조달했다고 대답했다. 한국 제약 기업이 사용하는 대표적인 중국산 자원으로는 은행잎, 치자연, 천궁, 작약, 지황, 담죽엽 등이다. 한국과 인접해 기후가 비슷한 데다 원료의 가격도 저렴하기 때문에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업계에선 중국의 조례안이 자국산 제품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고무줄’ 적용이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평상시엔 낮은 이익공유 기금 비율을 유지하다가 국내 기업 제품의 수출·판매를 막기 위해 이익공유 기금 비율을 10% 안에서 과도하게 올릴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한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이익공유 기금의 수취 비율 범위가 너무 넓기 때문에 한국산 상품을 겨냥해 터무니없는 이익을 거둬갈 가능성도 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인한 보복보다 더 강한 비관세 장벽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중국 시장 매출로 성장한 국내 화장품 업계가 벌어들인 상당한 이익이 다시 중국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A사의 한 화장품 브랜드에 들어가는 약용식물 지황은 중국이 원산지다. 이 브랜드의 연 매출 2000억 원에 올 상반기(1∼6월) 영업이익률(15%)을 적용하면 이 제품군으로 버는 이익은 약 300억 원이다. 중국 정부가 이익공유 기금으로 이윤의 10%를 요구한다면 지금은 내고 있지 않은 30억 원을 내야 하는 셈이다.
화장품 업계의 고충이 큰 또 다른 이유는 다양한 국가에서 나오는 생물유전자원 원료를 배합해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원료의 원산지 파악에 어려움이 크다. 제약·바이오, 건강기능식품 업계에서도 생물유전자원이 활용된다. 현재 중국산 원료를 얼마나 쓰고 있는지 정확한 파악이 안 되기 때문에 대책 마련에도 혼란을 겪고 있다.
김경옥 대한화장품협회 차장은 “화장품 하나에 많게는 80개의 성분이 들어가기 때문에 원산지별로 분석하는 과정이 매우 복잡하다. 또한 직접 원료를 사오기보단 원료 도매상을 통하는 경우가 많아 개별 성분의 원산지가 어딘지 알아보는 과정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 나고야의정서 ::
박은서 기자 clu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