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이후 5차례 사업주체 변경… 중국계 자본 등 5조원대 투자 회사 연말까지 ‘자본검증’ 결과 내년 발표… 지방선거 맞물려 도의회 통과 불투명
제주시 오라관광단지 개발사업 예정지. 국내 최대 규모 복합리조트가 들어설 계획이지만 자본 검증 같은 돌발변수가 등장해 제주도의회의 환경영향평가 동의를 받지 못하고 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오라관광단지는 1997년 관광지구로 지정된 후 사업 주체가 5차례나 바뀌었지만 사업이 정상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주민들은 이를 두고 ‘오라의 저주’라고 부른다.
투자회사 제이씨씨㈜가 중국계 자본 등을 동원해 5조2000억 원을 쏟아 붓겠다고 나섰지만 자본 검증이라는 ‘복병’을 만나 사업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자본 검증은 제이씨씨의 5조2000억 원이 투자에 적격인 자본인지, 돈세탁 창구로 쓰이는 것은 아닌지 등을 두루 점검하는 것을 말한다. 제주도의회가 요구한 사안이다.
자본검증위에는 금융, 법률, 회계 분야 전문가와 도의원, 행정공무원, 시민사회단체 대표 등이 참여한다. 올해 말까지 국내외 신용평가기관 같은 전문기관을 선정해 자본 검증을 의뢰한다. 자본 검증 결과는 내년 3월 전후 공표될 것으로 보인다.
자본 검증 결과가 나오면 제주도의회는 개발사업 환경영향평가 동의안을 심의한다. 하지만 내년 6월 13일 지방선거가 있어 도의회 통과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제이씨씨는 2015년 7월 환경영향평가준비서를 제출했다. 수정 사항 900여 건을 손본 뒤 지난해 8월 환경영향평가서 본안을 제출했다. 제주도의회는 환경 및 경관 훼손 논란 등으로 올 4월 안건 상정을 보류하고 6월 제주도에 투자 자본 검증을 요구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그전까지 “(도의회가 환경영향평가에 동의한 뒤) 최종 사업승인 과정에서 국제적 신용평가기관으로 하여금 자본을 검증하도록 하겠다”고 했으나 도의회 요구를 수용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제이씨씨 관계자는 “공식 요청이 오면 관련 자료를 모두 제출하겠다”며 “자본 검증이 신속하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7월 초 박영조 제이씨씨 회장은 자본 검증에 반발하며 자신의 지분을 중국 4대 금융자산관리회사에 드는 중국화융에 넘기고 회사를 떠났다. 당시 박 회장은 “도지사와 도의회의장이 심의 절차를 바꾸면서 조례나 규정에도 없는 자본검증위를 구성해 일정도 불명확한 자본 검증을 제안하면 사업자는 무조건 따라야 하느냐”며 “도정은 국내외 투자자의 신뢰를 잃었다”고 주장했다. 자산경영관리, 증권, 신탁, 부동산 개발 사업 등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중국화융은 2015년 기준 자산총액이 147조2616억 원이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