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새 국면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SDJ 측은 “단순히 주식을 팔겠다는 게 아니라 이 회사들의 분할과 합병에 동의하지 않는 주주의 권리로서 풋옵션(정해진 가격에 사고팔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SDJ 측은 그러면서 “경영권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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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신 전 부회장은 중국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롯데쇼핑 실적이 나쁘다면서 주주 제안을 통해 ‘롯데쇼핑을 제외한 분할 합병안’ 추진을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롯데제과 등 3개사 주주의 90%가량이 지주사 전환을 지지해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런 해석은 최근 신 전 부회장 주변의 행보와도 연결되고 있다. SDJ는 한 달쯤 전 국내 여론전 및 소송을 맡았던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과 자문 계약을 끝냈다.
형제간 화해 노력이 감지되기도 했다. 경영권 분쟁 당시 신 전 부회장 편에 섰던 신선호 일본 산사스 회장의 아들 신동우 전무가 최근 언론에 “친인척들이 신동빈, 신동주 형제간 화해 분위기를 모색하고 있다. 9월 중 독대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 것이다. 신선호 회장은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총괄회장)의 동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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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전에는 신 총괄회장이 2013년 고관절 수술을 받고 기억의 커튼이 내려간 것으로 나온다. 이는 신 전 부회장에게 불리하게 적용될 수 있다. 신 전 부회장은 2015년 신 총괄회장의 위임장으로 얻은 1주 덕분에 ‘50%+1주’로 2015년 동생 신동빈 회장을 등기이사에서 쫓아냈었다. 이에 롯데그룹은 일본 법원에 광윤사 주총 무효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일본 법원은 신 총괄회장의 성년후견 재판을 보고 결정을 내리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신 전 부회장으로서는 한국에서 뒤집기에 성공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마지막 남은 일본 광윤사의 과반 지위를 지키고 일본 주주들을 포섭하기 위해 일본에 자금을 집중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롯데 주식매수청구권 및 롯데쇼핑 지분 블록딜 매각을 통한 현금 등 약 1조 원을 확보해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 회유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할 가능성도 있다. 한일 롯데그룹은 일본 광윤사-일본 롯데홀딩스-호텔롯데-롯데 주력 계열사의 흐름으로 돼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 광윤사(28.1%)를 지배한 신 전 부회장이 2대 주주인 종업원지주회(27.8%)의 마음을 돌리려 노력할 수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를 장악하면 한국 롯데에 대한 지배력이 커진다.
재계 관계자는 “호텔롯데가 정상적으로 상장됐다면 일본 롯데홀딩스의 호텔롯데에 대한 지배력이 줄어들어 한국 롯데의 독립성을 높일 수 있었을 것이다. 무기한 연기되면서 불씨를 완전히 꺼뜨리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 kimhs@donga.com·박은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