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인디음악 소개 첫 영문사이트 ‘인디풀ROK’ 운영자 린드그렌
6일 오후(현지 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문화의 전당에서 만난 안나 린드그렌 씨. 그가 김건모 3집 CD와 잠비나이 2집 LP를 나란히 들어 보이며 웃었다. “한국어를 공부한 적도 있지만 가사는 이해 못 한 채로 두려고요. 그 편이 더 신비롭잖아요.” 이진섭 씨 제공
서툴지만 이 대목을 한국어로 말한 그는 크라잉넛, 잠비나이 같은 한국 인디음악을 전문으로 소개하는 최초의 영문 사이트 ‘인디풀ROK(www.indiefulrok.com)’의 운영자다.
6일 오후(현지 시간) 스톡홀름 시내 문화의 전당에서 그를 만났다. 린드그렌은 산울림부터 서태지, 신해철, 델리스파이스, 잠비나이까지 한국 록의 계보를 웬만한 한국인보다 더 훤히 꿰뚫었다. 어찌 된 일일까.
“저희 10대 때 국제 펜팔이 유행이었어요. 제 친구의 한국인 펜팔이 김건모의 열성 팬이어서 그가 보내준 음반을 듣고 빠졌죠.”
“2001년 H.O.T.가 해체하고 실의에 빠졌어요. 그러다 자우림, 체리필터, 넬, 이브를 알게 됐죠.”
이건 또 새로운 세계였다. 허클베리핀, 3호선 버터플라이를 파기 시작했다. 2008년 1월, ‘인디풀 ROK’를 열었다. ROK는 록(rock)과 대한민국(Republic of Korea)의 중의. 미국 캐나다 싱가포르 호주 핀란드…. 세계에 암약하던 한국 인디음악 팬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린드그렌은 2009년 ‘에릭손’에 프로그래머로 취업했다. 월급을 모았고 첫 휴가지로 서울을 택했다. “2009년 가을. 인천공항에 내리자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는 소녀들이 가득했어요. 꿈의 나라에 발을 디딘 거였죠.”
하고많은 음악 중에 한국 인디에 꽂힌 이유는 뭘까. “스웨덴 전통음악에서 느꼈던 멜랑콜리. 한국과 스웨덴 말고 다른 나라 음악에선 느낄 수 없는 감정.”
린드그렌은 3000장 이상의 한국 인디음반을 소장했다. 최근 가장 좋아하는 한국 밴드는 잠비나이, 이상의날개, 팎, 모즈다이브, 나이트라이딩. 얼마 전엔 ‘인디풀 ROK’에 창립 10년을 맞은 한국 음반사 ‘일렉트릭뮤즈’의 대표 인터뷰를 게재했다. 앞으로 한국 인디음악 시장에서의 성 평등 문제에 관해서도 연구하고 싶다고 했다. “잠비나이처럼 한국보다 해외에 팬이 더 많은 팀들이 늘고 있어요. 시간은 걸리겠지만 한국 밴드들이 세계시장에 우뚝 서는 날이 반드시 오리라 믿습니다. 무엇보다 음악이 너무나 다채롭고 훌륭하거든요.”
스톡홀름=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