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맞은 서대문구 ‘동 복지허브화’ 눈-귀 멀어가는 홀몸노인 집 방문… 장기요양보험-재가서비스 신청해줘 서울시서 벤치마킹 ‘찾동’ 사업으로
지난해 10월 서울 서대문구 마복녀(가명) 할머니의 자택에서 노인복지관 직원(오른쪽)과 보청기업체 직원이 마 할머니의 손에 글씨를 써서 의사소통을 하며 청력검사를 하고 있다. 서대문구 제공
어렸을 때는 고아였고, 폭력적인 첫 남편과는 이혼했고, 두 번째 남편과는 사별했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의 낡은 아파트에서 홀로 살던 마 할머니는 10여 년 전 눈과 귀가 서서히 멀기 시작했다. 지난해 초부터는 현관문과 자신의 손목을 붕대로 연결해 놓고서야 비로소 사람이 오면 문까지 더듬더듬 갈 수 있었다.
평소 동 주민센터 직원과 통장이 방문해 안부를 물으면 “괜찮다”던 마 할머니는 지난해 4월 “편안한 곳에서 삶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통장이 연락해 마 할머니를 찾아온 동 주민센터 서유미 주무관은 할머니의 손바닥에 글씨를 쓰며 의사소통을 시작했다.
끈질기게 시도한 끝에 지난달에는 요양원에도 입소했다. 복합장애가 있고 기초생활수급자도 아니어서 대부분의 요양원에서 거절당했던 마 할머니는 요양원에 들어가기 전 서 주무관의 손등에 “고맙다”는 말을 몇 번이고 쓰며 미소를 지었다.
연희동 주민센터가 짧은 시간 동안 전방위적인 지원을 통해 마 할머니에게 일상생활을 되찾아줄 수 있었던 데는 서대문구가 2012년 시작한 ‘동 복지허브화 사업’의 역할이 컸다. 기초생활수급자 중심으로 이뤄진 과거의 수동적 복지에서 벗어나 대상자의 상황에 맞도록 분야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관이 일일이 살피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찾아내기 위해 민간 협력도 강화했다. 서류 발급 같은 단순 행정업무는 무인민원발급기로 대체하는 등 기존 조직을 개편해 추가로 충원하지 않고도 인력을 확보했다.
서울시는 서대문구의 동 복지허브화 사업을 벤치마킹해 2015년 ‘찾아가는 동 주민센터(찾동)’ 사업을 시범 시행한 뒤 424개 행정동 전체로 ‘찾동’ 사업을 넓혀간다는 구상이다. 그동안 쌓은 노하우를 통해 서대문구는 지난해 서울시에서 찾동 사업을 시행한 13개 자치구 중 가장 높은 만족도를 기록했다.
급격하게 복지서비스를 강화하다 보니 어려움도 늘고 있다. ‘한정된 자원으로 어디까지 도와야 하나’가 가장 큰 고민이다. 서대문구 정지현 희망복지팀장은 “복지는 한 번 늘리면 줄일 수가 없다”며 “구청이나 주민센터의 실무자뿐만 아니라 복지관 관계자, 통장 등이 매월 회의를 거쳐 사례를 발굴하고 적절한 지원책을 논의한다”고 말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