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車 통상임금 1심]기업경영상태 객관적 기준 없어 1-2심 판결 엇갈린 사례 많아
이처럼 통상임금 소송에서 신의칙 위반 여부는 판결에 결정적인 기준이다. 하지만 신의칙 판단의 전제인 기업 경영 상태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이 없는 점은 큰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3년 12월 통상임금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면서 이 부분에 대해 명확한 잣대를 제시하지 않았다.
최근 법원 판결을 보면 같은 기업, 같은 사건에서도 재판부에 따라 신의칙 판단을 달리하는 경우가 있다. 현대중공업 사건은 대표적인 사례다. 울산지법 정우철 민사4단독 판사는 2015년 2월 현대중공업 근로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 소송에서 “회사는 상여금 800%를 통상임금에 포함해 근로자에게 6295억 원을 지급하라”며 근로자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당시 추가임금을 지급하면 경영 상태가 악화된다는 사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금호타이어의 통상임금 소송도 비슷한 상황이다. 광주고법 민사합의1부(부장판사 구회근)는 지난달 18일 근로자들이 낸 임금청구 소송에서 사측 승소 판결을 내렸다.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만 회사 경영이 악화되고 있어 추가임금 지급은 금호타이어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며, 근로자들의 추가임금 요구를 신의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한 것. 반면 앞서 1심은 근로자 측의 승소 판결을 하면서 신의칙 위반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이런 논란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향후 대법원이 신의칙 위반 판단의 구체적 기준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으로 통상임금 소송을 진행 중인 기업은 현대자동차와 두산중공업, 현대모비스 등 115곳에 달한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