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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설’의 사전적 의미는 ‘일정한 결론에 도달하여 이미 확정하거나 인정한 설’이다. 프로야구에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통용되는 여러 ‘정설’이 있다. ‘좌(우)타자는 좌(우)투수에 약하다’, ‘교체투입 된 투수의 초구를 노려라’, ‘3볼-0스트라이크에서는 기다려라’ 등 팬들에게도 익숙한 이른 바 ‘야구정설’이 존재한다. 언제부터 시작 된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기록과 분석의 향연인 현대야구에서도 이 정설은 여전히 유효하다. 위기상황마다 타자에 맞춰 투수를 교체하는 ‘좌우놀이’는 현대야구 속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활용되는 야구정설이다. 이러한 야구정설의 근원은 대체 무엇일까. 무엇인지 얘기는 들어봤어도 그 뿌리는 알 수 없었던 야구정설에 대해 야구기자 2년차 장은상 기자가 묻고, 스포츠동아 해설위원인 조범현 전 감독이 답했다.
Q : 여러 ‘야구정설’은 국내프로야구 뿐만 아니라 바다 건너 메이저리그에서도 종종 그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아직까지도 현대야구에서 큰 의미를 가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A : 야구는 통계와 심리의 스포츠입니다. 현대야구에서는 특히나 두 요소가 갖는 의미가 크죠. 예전부터 내려오는 정설은 이와 관련된 부분이 많아요. 일반적으로 수집할 수 있는 기록을 활용해 경기에 적용시키는 거죠. 하지만 그렇다고 정설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에요. 기록으로만 성적을 낼 수 있다면 야구가 얼마나 쉽겠습니까. 코칭스태프의 경기 상황을 읽는 능력과 판단력이 가미돼야 정설을 기반으로 한 작전도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Q : 이른 바 ‘좌우놀이’라고 불리는 야구정설을 감독님도 들어보셨을 겁니다. 좌(우)타자는 왜 좌(우)투수에 약한 지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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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그렇다면 당연히 좌투수 공략에는 우타자를 내는 게 일반적일 텐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좌완투수는 지옥에서라도 데려온다’는 말은 왜 생긴 걸까요?
A : 구속을 갖춘 좌투수가 가지는 강점이 많기 때문이죠. 좌투수가 외곽에서 외곽으로 던지는 이른바 ‘백도어’성 변화구는 우타자가 정말 치기 힘듭니다. 아무리 좋은 타자도 멀리 보이는 게 정상이에요. 그런데 이런 좌투수가 빠른공을 몸쪽으로도 던질 수 있다면 그 위력은 더 배가되는 거죠. 멀리 보이는 공과 몸쪽을 파고드는 공이 언제든 들어올 수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타자는 항상 공에 대응하는 입장입니다. 스윙 매커니즘이라는 게 그 궤적에 바로 반응하기가 쉽지 않아요.
Q : 언더핸드 투수가 좌타자에게 약한 것도 공의 궤적과 관련이 있을까요?
A : 큰 의미에서 보면 그렇죠. 언더핸드 투수는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보다 주로 변화구를 던지는 선수들이 많아요. 또 대부분 우완이잖아요? 좌타자 입장에서는 바깥쪽으로 도망가는 공보다 몸쪽으로 들어오는 공이 더 많죠. 일단 오래 볼 수 있고, 스윙을 할 수 있는 공간도 여유 있게 확보할 수 있어요. 이 때문에 언더핸드 투수가 좌타자를 이겨내려면 빠른 공을 던지거나 아니면 낮게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던질 수 있어야 해요. 올 시즌 kt의 고영표 선수가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이유도 위력 있는 체인지업을 던질 수 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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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에서 흔히 잠수함투수는 좌타자에 약하다고 한다. 그러나 고영표(kt)처럼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장착하면 좌타자 승부에서 이겨낼 수 있다. 스포츠동아DB
Q : ‘교체된 투수의 초구를 노려라’는 어떤 근거로 나온 정설일까요.
A : 심리적인 요인에서 기인됐다고 봐야죠. 보통 구원투수는 팀의 위기 혹은 마무리를 해야 하는 긴장감 높은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르죠. 초구를 스트라이크 존에 던져 0-1을 만드느냐 아니면 볼을 던져 1-0이 되느냐는 타자와의 승부에 있어 엄청나게 다른 상황을 만듭니다. 투수는 기본적으로 유리한 상황에서 타자와 승부하고 싶어 해요. 이런 투수의 심리를 바탕으로 나온 정설이라고 봐야죠.
Q : 여러 야구정설은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된다고 볼 수 있을까요?
A : 정설의 근원인 기록은 그저 참고자료일 뿐이죠. 야구가 재미있는 것은 기존의 확률이 언제든 깨지기 때문입니다. 이전의 기록이 앞으로의 기록이 되라는 법은 어디에도 없어요. 똑같은 상황에서도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죠. 감독과 선수는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것 외에도 많은 것들을 보고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게 바로 프로인 거죠. 새삼 이런 말이 떠오르네요. ‘야구는 예측할 수 있으나 또 예측할 수 없는 스포츠다.’ 우리가 모두 야구에 빠질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 아닐까요?
정리 |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