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에서 신문사로 책 보내면 포장 뜯어보지도 않지? 신문마다 책면에 비중 있게 다루는 책은 어차피 비슷하잖아.”
출판담당 맡고 8개월간 열 번 정도 들은 말이다.
일일이 뜯어본다. 그리고 책 하나하나마다 묻어 있는 사람들 손때에 조금은 덜 미안해해도 되겠다 싶은 만큼의 시간 동안 들여다본다. 물론 대개 매우 짧은 시간이다. 자기기만이라고 비판받을 수 있다.
“책방 주인이 책방에서 차분히 독서하는 게 불가능하단 걸 알았다. 책 말고 사람을 상대해야 하니까. 난 거기서 독서의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맛볼 수 없다.”
언제였더라. 독서의 카타르시스. 가물가물하다. 밥상머리에서도 놓지 못했던 책들의 공통점은 또렷하다. 아무 목적 없이, 그냥 좋아서 읽은 것들.
행사 일정이 완전히 어그러져 사장이 “망했다”고 실토한 그 출판사 독자친목회는 뜻밖의 묘한 여운을 남겼다. 기대했던 프로그램이 무산됐음에도 항의하는 이가 거의 보이지 않은 것. 풀 죽은 사장을 격려하는 목소리만 가득했다.
필요로 인해 만난 인연과 별 목적 없이 그냥 좋아서 맺은 인연의 차이가 무엇인지 보였다. 행사 내내 느낀 이물감의 까닭이 무엇이었는지도 더불어 확인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