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개정 22일 첫 회담
《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위한 양국 간 특별 공동위원회가 22일 서울에서 처음 열린다. 문재인 정부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FTA 개막전이자, ‘FTA 전도사’로 불리는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의 복귀전이 서울 홈경기로 치러지게 되는 셈이다. 김 본부장과 강경 보호무역주의자인 미국무역대표부(USTR)의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어떤 수 싸움을 벌일지 주목된다. 》
한국과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위한 첫 회담이 22일 서울에서 열린다. 5년 전 발효된 한미 FTA를 ‘끔찍하다’고 지적하며 ‘평평한 운동장을 만들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세를 막아내기 위한 문재인 정부의 방어전이 공식 개막하는 셈이다.
○ ‘FTA 전도사’ 김현종 vs ‘냉혈한’ 라이트하이저
양국의 협상이 시작되면서 수석대표들의 전략 싸움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김 본부장은 문 대통령이 미국의 공세를 방어하기 위해 야심 차게 뽑아든 카드. 10년 전 한미 FTA 협상을 책임진 김 본부장은 ‘한미 FTA 협정문을 전부 외운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한미 FTA에 밝은 인물로 꼽힌다. 김 본부장은 취임식 당시 “방어적 자세를 버리고 성동격서(聲東擊西)의 (공격적) 전략을 취하고, 지정학과 에너지 이슈를 무역 관련 이슈와 융합해야 한다”고 밝혔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트럼프 정부의 무역정책 밑그림을 그린 인물이다. 강력한 보호무역을 표방했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 USTR 부대표를 지낸 ‘순혈 보호무역주의자’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미국 언론은 그에 대해 “냉철하고 완강한 협상 태도를 가졌다”고 평가할 정도다. 다만 16일(현지 시간) 시작된 NAFTA가 미국으로선 최우선 순위여서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한미 FTA 재협상에 전력투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시간 장소 놓고 신경전 시작
두 나라는 미국이 지난달 12일(현지 시간) 한국에 한미 FTA 개정 협상을 공식 요청하면서 회담 장소를 놓고 줄다리기를 해 왔다. 미국은 워싱턴에서 특별세션을 열자고 제안했다. 이에 김 본부장은 “원칙을 지켜야 한다”며 서울 개최를 주장했다. 그 근거로 ‘특별위원회는 개최 요청을 받은 쪽(한국)이나 양국이 합의하는 장소에서 연다’는 한미 FTA 협정문 조항을 제시했다.
세종=이건혁 기자 gun@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