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와 앨리스와 푸의 여행/곽한영 지음/336쪽·1만6000원·창비
“요정의 가루를 뿌렸으니 이제 행복한 생각을 떠올려 봐. 너도 하늘을 날 수 있어.”
‘행복’이란 단어의 의미를 지금과 많이 다르게 이해했을 때 ‘피터 팬’을 처음 읽다 멈추고 한 점 의심 없이 침대 모서리에서 점프를 했었다. 어떻게 그런 멍청한 짓을 했는지 부끄러워해야 할 기억일까. 지금 세상 눈높이에서는 아마 그럴 거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실제 모델인 앨리스 리들은 말년에 가세가 기울자 저자 루이스 캐럴이 선물한 수기 원본을 경매에 내놓았다. 책을 사들인 미국 기업가의 만찬에 참석하고 캐럴의 이름을 내세운 아동기금 모금 행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부산대 사범대 교수인 저자는 2년 전 캐나다 밴쿠버의 한 헌책방에서 ‘키다리 아저씨’ 초판 중쇄본을 구입한 뒤 동화 초판본 수집을 시작했다. 재활용품점, 이베이, 인터넷 고서판매 사이트 등에서 책을 구입한 사연에 해당 작품 배경자료를 엮은 것이 이 책의 내용이다.
조, 트위들디, 허크의 이름을 오랜만에 활자로 접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붕 들뜬다. 하지만 가족들로부터 평생 하녀처럼 부림받으며 현실도피 이데아로 빚어낸 ‘작은 아씨들’, 작가 사후에 변태성욕 표현물로 지탄받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인종과 계급을 차별하는 편견으로 가득한 ‘톰 소여의 모험’에 얽힌 팩트를 짚어 확인하는 시간이 즐겁지만은 않다.
역시나,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