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불공정거래 제재 강화 추진
이날 엔씨소프트의 공(空)매도 물량은 이 종목의 역대 최고인 19만6256주(762억 원)였다. 하지만 전체 거래대금 중 공매도 비중(18%)과 비중 증가율(1.9배)이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 요건에 못 미쳐 다음 날에도 공매도는 계속됐다. 21일에는 31만3894주, 22일에는 28만1596주의 매물이 추가로 쏟아졌다. 22일 주가가 34만8000원까지 떨어지는 과정에서 개미(개인투자자)들은 대거 피해를 봤다. 현재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은 배 부사장과 공매도 세력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취한 것은 아닌지 조사하고 있다.
공매도는 없는 주식을 빌려 판 뒤 약속한 기간까지 주식을 사 되갚는 거래 기법이다. 한국형 헤지펀드들이 롱쇼트(주가를 전망해 사고파는) 전략을 많이 사용하면서 최근 몇 년 동안 국내에서도 크게 활성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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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개미들도 공매도로 맞대응할 수 있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기관투자가보다 신용도가 낮아 주식을 빌릴 수 있는 기간도 짧다. 빌리려는 주식이 소량이다 보니 빌려줄 기관을 찾는 것도 쉽지 않고, 주식의 매각대금만큼 담보금을 걸어야 하는 점도 부담이다. 또 복잡한 절차에 당황해 우왕좌왕하다 보면 주가가 이미 폭락해 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런 피해를 막기 위해 금융당국이 올해 3월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도’를 도입했지만 효과는 크지 않았다. 이는 △당일 거래대금 중 공매도 비중이 20%(코스닥·코넥스 15%) 이상 △공매도 비중이 40거래일 평균 대비 2배 이상 증가 △주가가 전일 종가 대비 5% 이상 하락하는 경우를 모두 만족했을 때, 다음 거래일 하루 동안 공매도를 금지하는 제도다. 당초 금융당국은 6거래일 중 1건꼴로 과열종목이 나올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실제로 지정된 건수는 제도 도입 후 현재까지 16건에 머물렀다.
금융당국은 우선 이달 중 공매도 금지 종목이 지금보다 늘어나도록 과열종목 지정요건을 완화할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공매도 과열종목으로 지정되면 이것이 증권사의 ‘매도 보고서’ 역할을 해 해당 종목을 보유한 개인투자자들이 관심을 갖게 된다”며 “공매도가 금지되는 하루 동안 가격이 더 떨어지기 전에 주식을 팔아 손실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또 증시 불공정 거래에 대한 제재 수준을 높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앞서 지난해 9월 한미약품의 대규모 공매도와 주가 하락의 원인도 내부 정보 유출에 따른 불공정 거래로 밝혀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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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