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그’ 시리즈 제작 애니메이터 에릭 오 엄마 찾아가는 한국애니 정서 담겨… 동서양 융합 평가속 NHK 방영 앞둬 폭스사 투자 극장용 장편도 제작중
에릭 오 씨는 다음 주에 미국 픽사 스튜디오에서 옛 동료들 앞에서 자신이 제작한 애니메이션 ‘피그’ 시사회를 열 계획이다. 그는 “픽사를 나오니 ‘신예 감독’이 된 것 같아 쉽지 않지만 앞으로 내 색깔을 찾는 데 더 매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픽사 출신의 애니메이터 에릭 오(본명 오수형·33) 씨가 직접 제작 및 연출을 맡은 애니메이션 시리즈 ‘피그(PIG·The Dam Keeper Poems)’가 일본 NHK TV 방영을 앞두고 있다.
3일 서울 마포구의 작업실에서 만난 오 씨는 “NHK는 시리즈 10편 중에 단 2편 정도를 정말 연필로 대충 스케치한 것만 보고 계약을 제안했다”며 “익숙하지 않으면서도 지나치게 낯설지 않은, 동서양의 문화가 잘 어우러진다는 점을 높이 쳐준 것 같다”고 말했다.
“줄거리만 들으면 별 내용이 아니라고 생각할지 몰라요. 외로운 돼지가 친구 여우와 함께 아버지가 떠난 흔적을 찾아가는 내용이거든요. ‘달려라 하니’ ‘아기공룡 둘리’에서 엄마를 찾아가는 한국 애니메이션 속 슬픈 내용과 정서가 깊이 깔려 있죠.”
오 씨는 픽사에서 근무하면서 ‘도리를 찾아서’의 문어 행크 캐릭터의 움직임을 담당하며 국내에도 알려졌고, ‘인사이드 아웃’, ‘몬스터 대학교’에서도 애니메이터로 참여했다.
특히 문어 행크 캐릭터 제작으로는 미국 애니메이션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애니 어워즈의 ‘올해의 애니메이터’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전체 미국 애니메이션 업계 종사자 중 단 6명만 후보에 오르는 부문이다. “수상은 못했지만 동료들에게 인정받아야만 후보에 오를 수 있는 만큼 애니메이터들에겐 최고의 영예거든요. 만약 계속 픽사에 남았다면 ‘슈퍼바이저’라는 로켓을 타고 연봉도 높아졌겠지만, 저만의 작품은 할 수 없었겠죠.”
오 씨는 지난해 ‘피그’ 애니메이션 작업을 하기 위해 7년여간 근무한 픽사를 떠났다. 그는 “픽사 근무는 애니메이션계의 박사 학위를 딴 거라고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로 영광스러운 경험”이라면서 “하지만 거대한 팀의 한 명이 아닌, 내 목소리가 담긴 작품을 하고 싶어 과감히 사표를 던졌다”고 했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