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는 어떻게 아무것도 없는 땅 위에 건물을 구상해서 지어 올리는 거지?”
나중에 자신의 딸이 건축가가 되길 희망한다는 한 선배가 물었다.
답할 자격 없는 대로 아는 범위 안에서 답했다.
광고 로드중
야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밤참을 만들다가 모든 일이 대개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처음엔 뭐든 아무것도 없다. 그 위에 찾아 엮어지는 재료의 성격과 방향과 크기는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글도, 공간도, 요리도, 음악도.
“건축가들이 르코르뷔지에를 추앙하는 까닭은 뭐지?”
선배가 다시 물었다.
역시 별 근거 없이 혼자 믿던 대로 답했다.
광고 로드중
학부를 허덕허덕 졸업한 자의 얄팍한 감상이다. 하지만 대답을 하면서 ‘아,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되짚을 수 있어 좋았다.
지난주 한 출판사의 문학담당 편집자를 만나 무라카미 하루키의 새 소설을 어떻게 읽었는지 물었다. 그의 답은 이랬다.
글인 듯 건축인 듯. 아무것도 없는 듯 어디에나 있다.
광고 로드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