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수학올림피아드 우승한 한국대표팀 ‘홍일점’ 김다인 양
제58회 국제수학올림피아드 한국 대표팀의 ‘홍일점’인 서울과학고 2학년 김다인 양은 26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수학은 남자들이 잘한다는 선입견을 깨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23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폐막한 58회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에서 종합 우승을 차지한 한국 대표팀의 ‘홍일점’ 김다인 양(17·서울과학고 2학년)의 당찬 소감이다. 김 양은 11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 IMO 대표단에 선발된 여학생이자 이번 한국대표팀 6명 중 유일한 여학생이었다. 올해 IMO에 참가한 전 세계 여학생은 62명. 김 양은 이들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26일 서울 종로구 서울과학고 우암관에서 김 양을 만났다.
김 양이 처음 수학올림피아드를 접한 건 초등학교 6학년 때다. 문제 유형만 파악해 한국 대회에 나간 김 양은 첫 대회에서 장려상을 받아 ‘수학천재 소녀’의 가능성을 보였다. 상을 받고 나니 ‘내년에도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났다고 한다. 김 양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수학올림피아드 맞춤형 공부를 시작했다. 학교에서 배울 수 없다 보니 학원을 다녀야 했다. 김 양은 “수학에 관심 있는 친구들이 모여 토론하고 풀이 방법을 공유하는 과정이 즐거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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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양은 이번 IMO 한국 대표단으로 선발된 이후 한 달 동안 ‘집중교육’을 받았다. 과거 IMO에 참가했던 선배들은 한국 대표단 학생들에게 경험담을 들려주고, 예상 출제 문제를 내 풀이 과정을 공유했다. IMO에선 4시간 30분 동안 세 문제를 풀어야 하지만 한국 대표단은 같은 시간 동안 네 문제를 푸는 연습을 꾸준히 했다. 김 양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서울대 세미나실에서 대표단 멤버 및 선배들과 문제 풀이에 매달렸다. 문제가 안 풀릴 때면 혼자 오후 10시까지 남아 머리를 싸매기도 했다.
20여 년간 국제수학올림피아드 한국 대표팀을 이끈 송용진 인하대 수학과 교수는 “김 양의 수학에 대한 몰입도가 뛰어나다”며 “수학적 재능은 남학생과 여학생 간 차이가 없다”고 했다. 수학을 잘하는 여학생이 드문 이유에 대해 송 교수는 “수학 최상위권에 있는 남학생은 수학에 다걸기(올인)를 하는 반면에 여학생은 수학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갖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흥미롭게도 김 양의 쌍둥이 오빠는 일반고에 진학해 문과를 선택했다. 김 양과 달리 수학보다 사회와 역사를 더 좋아한다고 한다. 김 양은 “쌍둥이 남매의 성향은 사회적 통념과 달리 정반대”라며 웃었다.
평일에는 기숙사 생활을 하는 김 양은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귀국한 다음 날에도 봉사활동을 하러 학교로 돌아갔다. 학교에선 인공위성을 만드는 동아리인 ‘장기연구반’에서 동아리장을 맡고 있다. 현재 서울과학고 2학년 학생 128명 중 여학생은 7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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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