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자의교서 ‘이보다 더 큰 사랑’의 의미
장긍선 신부가 그린 성화 ‘평양교구 하느님의 종 24위’. 104×134cm. 목판에 전통 에그템페라(천연 안료와 달걀노른자를 섞어 색을 만듦) 기법으로 그린 이콘(예배용 초상)이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제공
프란치스코 교황이 최근 내놓은 ‘자의교서(自意敎書)’가 국내외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 자의교서란 1484년 인노첸시오 8세를 시작으로, 교황이 자신의 권위에 의거해 교회의 특별하고 긴급한 요구에 응하기 위해 작성하는 문서를 가리킨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주요 사안이 있을 때마다 자주 발표해왔다.
이번에 발표한 자의교서 ‘이보다 더 큰 사랑’이 유독 주목받는 이유가 뭘까. 교서 제목은 요한복음에서 따온 것으로, ‘타인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행위’를 새로운 시복시성(諡福諡聖·복자와 성인으로 추대)의 요건으로 추가했기 때문. 로이터통신은 “기존 기준이 정착된 지 400여 년 만”이라며 “가톨릭 전체 역사에서도 중요한 변화”라고 전했다.
두 번째는 ‘증거자’다. 덕행을 통해 신앙을 ‘증거(증명)’했다는 뜻이다. ①영웅적으로 덕행을 실천했거나 ②그에 걸맞은 ‘신성한 명성’을 지녀야 한다. 두 기준은 구분이 애매하나 지난해 성인에 오른 마더 테레사 수녀(1910∼1997)가 전자, 현 교황이 이름을 따온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1182∼1226)가 후자의 대표적 사례다.
키아라 코르벨라의 생전 모습. 항암치료를 받지 못해 오른쪽 눈까지 잃었지만 살포시 머금은 미소엔 아이를 향한 사랑이 깊게 배어 있다. 구글 이미지
가경자 최양업 신부의 초상화. 마카오에서 김대건 신부와 신학 공부를 했던 최 신부는 헌신적인 사목 활동을 벌이다가 과로와 식중독으로 길에서 선종했다. 동아일보DB
가톨릭계에선 이번 발표가 지니는 함의도 잘 살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시복시성 역시 결국은 시대적 가치가 반영되기 때문이다. 조 신부는 “누군가를 높은 반열에 올리기보단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이 그들의 삶을 본받자는 의미가 더 크다”며 “과거처럼 순교자가 나오기 어려운 시대에 ‘타인을 위한 희생’ 역시 거룩한 그리스도의 가치임을 명확히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