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현중 ‘스트레스 프리존’ 실험
21일 오전 서울 중랑구 신현중학교 학생들이 스트레스 프리존에 붙일 새 이름을 고르고 있다. 학생 투표 결과 ‘쉼표’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학생들이 애정을 갖고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교육적인 측면에서 스트레스를 완화하거나 해소할 수 있는 이런 공간이 더 많이 필요합니다.”(한경문 교장)
21일 서울 중랑구 신현중학교에서 만난 교사와 학생들은 ‘스트레스 프리존(stress free zone)’이 가져온 긍정적인 변화를 한목소리로 얘기했다. 3층의 빈 교실을 개조한 스트레스 프리존은 서울시가 3월 시범 설치했다. 지난해 시의 ‘생애주기별 스트레스 현황 조사’ 결과 가장 높은 스트레스 인지율을 보인 10대를 위한 대책이다. 동시에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디자인 정책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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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디자인 외에 스트레스 진단시스템도 마련했다. 스트레스 프리존 입구의 태블릿PC에서 스트레스와 우울증 정도를 체크하면 상담교사가 바로 결과를 볼 수 있다. 진단을 할 때마다 자동으로 결과가 기록돼 학생 개인의 스트레스를 데이터베이스화하는 구조다. 진단 결과 정상, 위험, 고위험 가운데 위험 이상의 판정이 나오면 교사가 먼저 학생 관리에 들어간다. 수준이 심각하다고 판단되면 학교 주변 상담복지기관과 연계해 학생의 정서를 안정시킬 수도 있다.
이 학교 조은아 상담교사(28)는 “학생이 놀 만한 장소가 교실과 복도 말고는 없었는데 새로운 ‘놀이터’가 생겨 아이들이 기뻐한다”며 “소극적인 아이도 찾아와 상담을 요청하는 등 학교 분위기가 밝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스트레스 프리존이 좋은 반응을 얻자 1학기 초에는 학생이 몰려 자리 쟁탈전이 벌어질 정도였다. 불만이 커지자 학생들이 자치활동부를 꾸려 직접 관리에 나섰다. 사용한 도구 스스로 정리하기, 음란물이나 게임 동영상 보지 않기 등 스스로 이용수칙을 만들었다. 2, 3학년 눈치가 보여 선뜻 들어오지 못하는 1학년이 없도록 학년별 이용 시간도 정했다.
학생들은 21일 스트레스 프리존에 ‘쉼표’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전교생 750여 명을 대상으로 한 네이밍 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이름으로 3학년 간민선 양(15)의 작품이다. 간 양은 “학업 고민은 내려놓고 잠시 쉬어 가자는 의미”라며 “인생이라는 악보를 완성하려면 쉼표도 분명히 필요하고, 이곳이 그런 의미이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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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
조유라 인턴기자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