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 소장·전 요르단대 교수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여성이 외출할 때 반드시 아바야(검은색 겉옷)를 걸치고, 히잡(얼굴을 제외하고 천으로 머리를 가림)이나 니깝(눈만 남기고 천으로 얼굴을 다 가림) 또는 부르카(눈 부분만 얇은 천으로 하고 얼굴 전체를 가림)를 착용해야 한다. 사우디 내무부가 해당 경찰서장에게 보낸 공문에는 ‘이슬람 종교의 가르침 및 관습과 풍속을 위반한 것’으로 적시되었는데 쿨루드를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던 이유를 알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등 보수적인 이슬람 국가에서 벌어지는 여성에 대한 엄격한 복장 규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무슬림 여성의 복장과 관련된 꾸란 구절에는 ‘잘라비브’(33:59)나 ‘쿠무르’(24:31)라는 단어가 나온다. 이슬람의 경전 꾸란에 히잡이란 단어가 나오지만 히잡이 꾸란에서 ‘머리까지 덮는 천(스카프)’이라는 뜻은 아니다. 베일이란 뜻을 갖는 ‘히잡’은 꾸란 이후에 지역별 종교·문화적 환경에 따라 다양한 의미로 변모해 왔다.
이렇듯 히잡과 여성의 옷차림은 이슬람 국가에선 사회 문화적 상황에 따라 복잡한 의미를 갖는 반면 서구사회에서는 대체로 여성에 대한 억압과 굴욕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2016년 프랑스에서 무슬림 여성들이 입는 전신 수영복 부르키니(부르카+비키니)를 금지시키면서, 당시 마뉘엘 발스 총리는 “부르키니는 공공장소에서 정치적 이슬람을 대놓고 천명하는 것”이라고 했다. 2009년 프랑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부르카는 여성을 억압하는 것이라면서 공립학교에서 부르카 착용을 금지해야 한다고 했다. 당시 이를 놓고 프랑스의 사회적 가치를 거부하는 것이냐, 아니면 개인의 자유를 무시하는 것이냐를 두고 논쟁이 촉발되었다. 프랑스 벨기에(이상 2011년), 스위스(2013년), 네덜란드 이탈리아 독일(이상 2016년), 오스트리아(2017년)는 얼굴 전체를 가리는 부르카나 니깝의 착용을 공공장소에서 금지시켰지만 아직도 종교의 자유, 여성의 평등, 테러리즘과 연계되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히잡은 이슬람 내부의 다양한 그룹들에 각각 다른 의미를 제공했다. 서구 세계와 진보적인 무슬림 여성들은 히잡을 여성을 억압하는 기제로 보았지만, 일부 무슬림들에게 히잡은 이슬람 신앙을 표현하는 것과 연계되었다. 이슬람식 복장 규제는 지난 50년간 무슬림 여성들이 겪어왔던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변화와 떼어놓고 말할 수 없다. 히잡과 니깝, 부르카는 이슬람의 다양한 그룹들에서 서로 다른 시기에 여러 상징으로 표현되었기 때문에 단순히 문화로만 해석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 소장·전 요르단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