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공립 새모델 ‘따복경기어린이집’
경기도가 직접 운영하는 용인시 기흥구 따복경기어린이집에서 원아들이 학부모, 교사들과 물놀이를 하고 있다. 국공립 어린이집보다 학부모 부담을 줄이면서도 보육의 질은 높아졌다는 게 경기도의 평가다. 용인=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그런데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과 이를 운영하는 기관 설립이라는 보육 모델을 정부보다 한발 앞서 경기도가 시행하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가 공약 이행을 위해 눈여겨볼 필요가 있는 따복어린이집을 찾았다.
18일 경기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의 어린이집 앞마당에 들어서자 간이 풀장에서 물놀이가 한창이었다. 아이들은 교사와 자원봉사 학부모들과 함께 물을 뿌려대고 물장구를 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다. 2층짜리 어린이집 실내에서는 깔끔한 인테리어와 친환경 벽지, 목재 수납장, 2층 복도와 계단 사이에 설치된 안전문, 청결한 조리실, 어린이용 변기가 설치된 화장실 등이 눈길을 끌었다.
당초 22명이던 원아는 42명으로 늘었다. 기존 어린이집이 이 정도 면적이라면 62명까지 받을 수 있지만 쾌적한 환경을 위해 정원을 제한했다. 특별활동비, 현장학습비, 특성화 비용, 급식비 등 보육료 외에 학부모가 부담하는 비용을 대폭 줄였다. 민간 어린이집 시절에는 아동 1명당 연간 320만 원 하던 보육비가 100만 원으로 줄었다. 국공립 어린이집과 마찬가지로 만 3∼5세 학부모가 부담하던 월 5만 원가량의 차액보육료는 없다.
교사에 대한 처우도 향상됐다. 자연스럽게 교육의 질도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존 최저임금 수준이던 기본급은 약 27만 원 늘었다. 국공립 어린이집 교사 1호봉과 같다. 대부분 어린이집이 문을 열고 닫는 시간이 들쭉날쭉한 반면 이곳은 오전 7시 반∼오후 7시 반 운영이라는 규정을 준수한다. 김다혜 교사는 “이전보다 월급도 오르고 신분도 안정적이 됐다. 업무 환경이 좋아지니 아이들과 더 즐겁게 지낼 수 있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외부강사를 불러다 대충 시간을 때우는 일도 사라졌다.
아이들은 밥을 더 잘 먹게 됐다. 이날 점심 메뉴는 수수밥과 고사리들깨국, 두부스테이크, 과일샐러드, 김치. 민간 어린이집 때부터 일한 김정애 조리사는 “다른 곳은 원아 1인당 식비 1700원 규정도 잘 지키지 않는데 이곳은 2300원”이라며 “친환경 재료를 써서 그런지 아이들이 전보다 먹는 양이 늘었다”고 말했다.
학부모 참여율도 높아져 교사와 학부모 사이의 신뢰감도 향상됐다. 음악 미술 같은 재능기부는 물론 책 읽어주기, 놀이터 주변 정리, 잡초 제거, 놀이기구 제작, 물놀이 봉사 등이 연중 진행된다. 학부모 오경주 씨는 “이전보다 선생님들이 더 집중하고 세심하게 봐주셔서 그런지 아이도 더 밝아졌다”며 “두 달에 한 번씩은 어린이집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예산으로 인건비의 30∼80%를 지원하는 국공립 어린이집은 소유권만 지방자치단체에 있을 뿐 위탁운영 방식이어서 학부모의 비용 부담이나 보육의 질은 민간 어린이집과 비슷하다. 따복어린이집은 수시로 회계컨설팅과 안전관리를 해서 불필요한 예산 낭비도 줄일 수 있다는 게 경기도의 설명이다. 이순늠 경기도 여성가족국장은 “직접 운영해보니 학부모 부담은 줄고 보육의 질은 높아지면서도 예산은 절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