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 뒤집은 KIA… “이대로 지면 우린 끝” 기어코 이긴 SK 5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KIA-SK의 경기에서 1-12로 뒤진 KIA가 5회초 12점을 뽑아 13-12로 역전한 게 전광판에 표시돼 있다. KIA는 역대 최다인 11타자 연속 안타를 치며 한껏 기세를 올렸지만 SK가 8회 6점을 뽑아내 결국 18-17로 이겼다(첫번째 사진). SK 나주환이 14-15로 뒤진 8회 2사 만루에서 역전 싹쓸이 3루타를 터뜨린 뒤 3루에서 환호하고 있다. 동아일보DB·SK 제공
그런데 결과적으로 그날 SK는 18-17로 기적 같은 재역전승을 거뒀다. 한국 프로야구사에 길이 남을 이 경기에는 대체 어떤 사연이 있었던 것일까. 올 시즌 전반기를 뜨겁게 달군 명장면과 그 뒷이야기를 소개한다.
○ SK를 살린 박정권의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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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5로 뒤진 운명의 8회말. 마침내 기회가 왔다. 이재원의 2타점 2루타로 2점을 따라붙은 후 맞은 2사 만루 찬스에서 나주환의 역전 싹쓸이 3루타가 터졌다. 나주환은 경기 후 “선수들이 오늘만큼은 꼭 이기자고 마음을 모은 게 승리의 이유”라고 했다. SK는 결국 3위라는 좋은 성적으로 전반기를 마감할 수 있었다.
○ ‘무패 신화’ 헥터를 구한 최형우
헥터
하지만 헥터의 무패 신화는 일찌감치 깨질 수도 있었다. 5월 13일 SK전에서 헥터는 1회부터 로맥에게 3점 홈런을 허용하면서 1-3으로 뒤진 8회에 마운드를 내려왔다. 그를 패전 위기에서 구한 것은 100억 원의 사나이 최형우였다. 최형우는 9회초 동점 2점 홈런을 때린 데 이어 연장 11회에는 역전 결승 2점 홈런까지 쳐 승리를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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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클링 히트 속성 완성 정진호
정진호
평생 한 번 할까 말까 한 사이클링 히트를 5회 안에 끝냈기 때문이다. 정진호는 6월 7일 삼성전에서 부상을 당한 주전 우익수 박건우를 대신해 선발 출장 기회를 얻었다. 1회 2루타를 치면서 기분 좋게 출발한 그는 2회 3루타, 4회 1루타에 이어 5회에는 홈런을 때리며 역대 최소 이닝 사이클링 히트를 달성했다.
정진호는 “경기 후 하이라이트를 보니 2회 3루타는 중견수 박해민의 글러브를 스쳤더라. 그게 잡혔다면 기록도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정진호는 이튿날 선수단에 기분 좋게 피자 30판을 돌렸다. 지난해 선발 출장이 3경기에 불과했던 정진호는 행운의 사이클링 히트 경기 이후 부쩍 출전 기회가 늘어 12일까지 25차례 선발 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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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이승엽은 2013년 포항에서 열린 올스타전 홈런레이스에서 우승했고, 2015년 6월 3일 포항구장에서 열린 롯데전에서는 통산 400홈런을 달성했다. 그는 “예전엔 타격감이 안 좋을 때마다 포항에서 경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마지막 포항구장에서 그의 홈런 볼을 받은 2명은 560만 원 상당의 명품시계를 선물받았다.
이 밖에 한화 김태균의 86경기 연속 출루, 넥센 신인 이정후의 최연소 올스타 선정(15일 기준 18세 10개월 7일) 등도 KBO리그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기에 충분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이헌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