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한한 ‘호모 데우스’ 저자 유발 하라리의 경고
신간 ‘호모 데우스’(김영사)로 전작 ‘사피엔스’(2015년) 이상의 호응을 얻은 유발 하라리 이스라엘 히브리대 역사학과 교수(41·사진)가 13일 서울 이화여고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그는 앞서 진행된 본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지금의 인류는 인공지능을 필두로 한 기술 혁신에 몰두하느라 인간의 ‘마음’이 지닌 잠재력을 깨닫지 못한 채 그것을 영영 잃을 위기에 놓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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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가 아닌 문자 그대로 신(神)의 능력, 즉 삶과 죽음을 관장하는 능력을 인간이 넘보게 됐다는 그의 주장은 적잖은 논란을 낳았다. 생명공학의 힘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소수 엘리트가 생물학적으로 확연히 차별화된 특성과 능력을 가진 새로운 ‘계급’을 형성하리라는 예측에 대해 현실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비판도 일었다.
인공지능 사이보그와 인간이 사랑을 나누는 내용을 다룬 영화 ‘엑스 마키나’(2015년). 유발 하라리는 “이런 비현실적 상상은 ‘인공지능’과 ‘인공의식’을 혼동하게 만든다. 감정과 의식을 가진 인공지능 연구의 진척은 현재 제로 상태다”라고 말했다. 사진 출처 a24films.com
“인류가 당면한 최대의 위협은 인공지능 관련 기술과 지식이 소수의 특정 계층에 독점적으로 귀속되는 상황이다. 그렇게 된다면 19세기 식민지 시대보다 훨씬 심각한, 돌이킬 수 없는 불평등이 야기될 것이다. 인공지능 기술의 연구개발과 제어를 개인 기업과 시장경제의 자율에 맡겨둘 수 없는 건 이 때문이다.”
인공지능 기술이 인류에게 부여할 혜택에만 주목하는 기업과 연구자들이 그 기본 속성이 지닌 위험을 간과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인공지능은 엄청난 양의 정보를 중앙집중식으로 처리하는 방식을 분산처리 방식보다 효율적인 것으로 만들었다. 그는 “정보의 분산처리가 더 효율적이었던 20세기에 비해 독재 권력이 출현하고 강화될 위험이 부쩍 커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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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라리 교수는 개인이 자신도 모르는 새 기술에 의해 납치돼 속박되는 상황이 이미 숱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을 알고 싶은지 모르는 채 유튜브 사이트에서 시간을 흘려보내는 일상에서 충분히 더 큰 위험을 내다볼 수 있다는 것. 기술의 올가미로부터 벗어날 방법으로 그는 “진정 원하고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끊임없는 자문”을 제시했다.
“지금의 인류는 거대한 데이터 처리 메커니즘에서 효율적 칩으로 기능할 인간을 빚고 있다. 그러면서 인간의 마음과 그 잠재력에 대해서는 갈수록 무지해진다. 하지만 다가올 위험에 대한 두려움은 아직 우리가 뭔가를 할 수 있음을 알려준다. 기술이 결정하는 건 없다. 아직은, 인류에게 결정권이 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