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구박물관서 열린 루이비통 ‘트렁크 전시회’ 가보니
11일 서울 성북구 대사관로 한국가구박물관의 사대부집 안방. 제주 화조도(花鳥圖) 병풍 앞에 펼친 한국의 평상 위에 루이비통의 ‘모노그램 멀티 컬러’ 트렁크들이 전시돼 동서양의 조화를 보여준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그 옷장 바로 옆에는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인 루이비통의 여행 트렁크가 세워져 있었다. 옷걸이가 안에 달려 주름 없이 옷을 보관할 수 있게 한 가방이다. 1854년 탄생한 루이비통이 트렁크 안에 옷걸이를 달기 시작한 게 역시 19세기 말인 1890년. 루이비통코리아 관계자는 “외형상 닮은 한국 의걸이장과 루이비통 트렁크는 대를 이어 물려 쓴다는 점에서도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루이비통이 12∼16일 한국가구박물관에서 자사의 최우수 고객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맞춤 제작 트렁크 전시회’에 동아일보가 미리 다녀왔다. 이 박물관은 저명한 정치인이었던 정일형 박사와 한국 최초 여성 변호사인 이태영 박사의 딸인 정미숙 관장(70)이 15년간 한옥 10채를 복원해 2011년 개관한 곳이다. 미국 CNN은 이곳을 ‘서울에서 가장 아름다운 박물관’으로 꼽기도 했다. 루이비통과 한국의 장인정신이 일맥상통하기 때문에 이곳을 골랐다는 게 루이비통 측의 설명이다.
루이비통 장인이 한자를 트렁크 위에 그리고 있다.
‘유목민 럭셔리’를 표방하는 루이비통은 여행을 자주 하는 고객이 제품을 가구로 사용할 수 있게 한다. 열어 펼치면 책상으로 변신하는 트렁크, 일본 전통 종이접기 방식을 접목한 접이식 가죽 의자가 대표적이다. 꽃을 담는 트렁크, 시계와 향수 트렁크 등 가방 종류도 많다.
고객들은 점점 더 맞춤형 경험을 원하고 있다. 럭셔리 업계가 프라이빗 전시와 ‘나만의 제품’ 서비스를 늘리는 이유다. 루이비통모에에네시(LVMH) 그룹 소유의 파리 봉마르셰 백화점은 고객이 원하는 문구와 그림을 제품에 새기는 서비스의 비중을 높이고 있다. 2014년 국내에서 시작한 루이비통의 맞춤 제작 서비스는 고객의 이름 이니셜을 새기던 수준에서 사군자와 서울타워 등 다양한 그림 서비스로 발전했다.
한국가구박물관 사랑채 고가구 위에 놓인 루이비통 체스판.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