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장동 주민센터 ‘면생리대 만들기’ 수업 가보니
8일 오전 서울 성동구 마장동 주민센터에서 열린 ‘면생리대 수업교실’에 참여한 구민들이 만들고 있는 면생리대를 들어 보이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8일 오전 11시 서울 성동구 마장동 주민자치센터에서 열린 ‘면생리대 만들기 수업’에 참석한 강유진 양(15)이 “내가 만든 제품을 친구들이 잘 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바느질은 삐뚤빼뚤 서툴렀지만 누구보다 진지했다. 자녀와 함께 온 임모 씨(40·여)도 “같은 여성으로 ‘그 사건’ 이후 생리대 살 여유도 없는 청소년을 도울 방법이 있을지를 늘 고민했다”고 했다. 주말이고 궂은 날씨였음에도 이날 수업에는 10여 명이 찾았다.
○ 깔창 생리대 사건, 그 후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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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는 생계급여 수급자와 의료급여 수급자 등에게만 생리대를 지원한다. 이 때문에 차상위계층 청소년은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 마장동 주민자치회와 서울시립 청소년건강센터가 이들을 돕기로 한 것이다.
주민자치회는 면생리대 제작 수업은 4회 진행하고 참석자들이 만든 면생리대의 절반은 관내 차상위계층 청소년들에게 기부하기로 했다. 서울시립 청소년건강센터도 동참해 마장동 차상위계층 청소년 40여 명에게 각각 1년 치 일회용 유기농생리대를 선물하기로 했다.
○ 삼삼오오 모은 힘
주민과 공무원들도 적극 참여했다. 이경은 주민자치회 주무관(38·여)은 “마장동 주민자치회가 ‘수수공방’을 운영하고 있으니 주민들과 직접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다. 면생리대 사업을 하는 옥혜림 ‘달이슬’ 대표(37)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옥 대표는 아이들이 만들기 쉬운 면생리대 제조방법과 재료 구입처 등을 소개했다. 유기농 원단도 무료로 기증했다. 옥 대표는 2000년대 중반부터 국내외 저소득층 청소년에게 면생리대를 기부하고 제작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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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생리대 지원사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이삼병 마장동 주민자치회장(55)은 “생전 생리대를 보기는커녕 입에 담아보지도 않았을 남성들도 청소년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했다”며 “이 모든 과정이 진정한 ‘협치’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5월 이후 신청을 받아 기초생활수급자 9200여 명에게 유기농 생리대를 지원했다. 예민한 청소년인 만큼 일반 택배인 것처럼 포장해 개개인의 집으로 전달했다. 또 긴급할 때 찾아가 생리대 두세 개를 무료로 가져갈 수 있는 ‘소녀돌봄 약국’ 250여 곳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아동센터나 가출 청소년 돌봄기관은 월 1만 원 상당의 생리대를 무료로 가져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예민한 시기임을 최대한 배려해 관련 정책을 다양하게 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