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이슈] 용혈성요독증후군 대장균으로 인한 합병증 중 하나 투석 외에는 적절한 치료법 없어 음식섭취후 혈변-복통땐 병원 찾도록
용혈성요독증후군은 사망률이 5∼10%에 달하고 아이와 고령층에서 발병률이 높은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동아일보DB
지난해 9월 말. A 양(5)은 경기도 평택의 한 맥도날드 매장에서 햄버거를 먹은 뒤 심한 복통을 호소했다. 엄마 최모 씨(38)는 설사를 하고 “배가 아프다”는 말을 반복하는 A 양을 병원에 데려갔다. 아이는 ‘용혈성요독증후군(HUS·hemolytic uremic syndrome)’ 진단을 받았다. 일명 ‘햄버거병’이라 불리는 희귀난치성질환이다.
햄버거병, ‘바베큐 시즌 신드롬’으로 불리기도
HUS는 흔히 햄버거병(Hamburger disease)으로 불린다. 1982년 미국에서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은 사람 중 47명이 한꺼번에 HUS에 걸리며 이런 이름이 붙었다. 당시 발병 원인은 덜 익은 햄버거 패티 속의 대장균으로 밝혀졌다. 미국에서는 바비큐 시즌에 자주 발병한다고 ‘바비큐 시즌 신드롬’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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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매년 60여 명이 햄버거병으로 사망
1993년, 미국 패스트푸드업체인 잭인더박스(Jack in the Box)의 버거를 먹은 10세 미만의 아이들 중 732명이 집단으로 햄버거병에 감염됐다. 이 중 4명이 사망하고 178명이 신장, 뇌손상 등 치명적인 합병증을 앓았고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미국 국립의학도서관(NLM)의 문헌정보 데이터베이스인 펍메드(PubMed)에 따르면 미국에서 매년 10만 명당 2.1명의 햄버거병 환자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캐나다 공영방송 CBC는 미국에서 매년 약 61명이 햄버거병으로 사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HUS는 햄버거뿐만 아니라 야채도 발병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2006년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시금치로 인한 HUS 환자가 집단 발생했다.
해외에서는 잦은 사고로 많은 관심과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반면, 국내에서는 아직 집계된 환자 통계가 없다. 국립보건연구원 희귀난치성질환센터 관계자는 “용혈성요독증후군은 1군 감염병에 속하지만 환자 집계가 따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이와 유사한 장출혈성대장증후군 환자의 일부를 추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기, 익혀서 먹으면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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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국립보건원 산하 당뇨소화기신장질환 연구소(NIDDK)에 따르면 O-157 대장균에 감염된 경우 보통 5∼10일 동안 설사를 동반한 복통을 겪게 되고 이 중 5∼15%의 환자가 HUS로 악화된다. NIDDK는 시금치, 양상추, 쿠키, 피자, 사과주스나 치즈 등 대장균이 발견되는 식품군이 다양해짐에 따라 문제의 심각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 소아과 학회는 이례적으로 음식 섭취로 인한 HUS 감염외에 다른 경로로 인한 감염도 경고하고 있다. 학회는 수영장과 호수, 바다 등 물에 의한 감염과 보균자와의 접촉에 의한 감염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감염률 낮지만 무엇이 문제인가
이번 A 양의 햄버거병 사건이 사람들의 주목받는 이유는 HUS의 감염 대상이 걱정스럽기 때문이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에 따르면 HUS는 특히 5세 미만의 아동과 75세 이상의 고령층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증상과 치료 후의 예후도 상당히 좋지 않다.
미국 의학전문지 메드스케이프(Medscape)에 실린 내용에 따르면 HUS는 설사를 동반하는 경우와 설사를 동반하지 않는 경우로 분류한다. 이는 사망률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데 설사 동반 시 사망률이 3∼5% 정도지만, 설사가 없을 때는 사망률이 26%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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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석밖에 치료법 없는 희귀질환
햄버거병은 음식을 덜 익혀 먹었을 때 감염되는 여러 질환 중 가장 위험한 질환으로 꼽힌다. 투석 정도밖에 치료법이 없어서 희귀난치성질환으로 분류돼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에쿨리주맙이라는 의약품을 HUS 치료제로 승인했지만 HUS 환자 중 5∼10%에 해당하는 비정형용혈성요독증후군(aHUS) 환자의 치료제일 뿐 전체 HUS 환자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햄버거병에 적절한 치료법이 없는 만큼 예방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캐나다 유콘 전염병통제연구소는 발병 시 유의사항으로 정수된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 중요하며 의사와 상담 전 임의로 지사제를 복용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