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에서 돌아온 한화 이용규는 신중했다. 손목 재활이 늦어지며 자신의 자리를 오래 비웠기 때문에 거창한 복귀소감은 남기지 않았다. 다만 남은 시즌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만큼은 잊지 않았다. 스포츠동아DB
“타격감을 논할 때가 아니다.”
64일의 공백기는 마치 지옥과도 같았다. 경기에 뛸 수 없다는 아쉬움도 컸지만, 주장으로서 팀에 보탬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이 가장 가슴 아팠다. 그 부담감이 한화 이용규(32)의 어깨를 짓눌렀다.
이용규는 5월2일 인천 SK전에서 주루 도중 오른 손목이 골절되는 큰 부상을 당했다. 한창 타격감이 올라오던 찰나에 당한 불의의 부상이었다. 아쉬움을 느낄 겨를도 없었다. 깁스를 하고 뼈가 붙기를 기다리는 대신 일본으로 건너가 핀 고정술을 받은 이유도 빠른 복귀를 위해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월 초로 예정됐던 복귀시기는 6월 중순~6월 말~7월 초까지 미뤄졌다. 팬들 사이에선 올 시즌이 끝나고 2번째 프리에이전트(FA)를 앞둔 이용규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나왔다. 부상이 많다는 이유에서였다. 여기에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이용규는 정상적인 복귀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다친 부위가 타격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손목이라 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주장 완장도 송광민에게 넘겼다. 리더의 공백이 길어진 데 따른 미안함도 컸다.
이용규는 일희일비하지 않았다. 그의 목소리에는 미안함과 책임감이 동시에 묻어났다. 팀이 어려울 때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미안함, 어떻게든 팀 타선에 보탬이 돼야 한다는 책임감이었다. “지금은 타격감이 좋고 나쁘고를 판단할 수 없다”고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이제는 공 하나하나에 집중할 뿐이다. 타격감을 논할 때가 아니다. 매 타석 최선을 다해 어떻게든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밝혔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