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6일(현지 시간) 독일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경제 보복 철회 요청을 거절했다. 시 주석은 “중국인들의 관심과 우려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인들의 관심과 우려 때문에 문 대통령의 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으로 중국 최고지도자가 사드 보복을 사실상 시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에 우호적인 문 대통령의 취임 이후 첫 한중 회담에서 사드 보복 철회를 기대했던 기업들은 큰 실망에 빠졌다. 올 들어 중국에서 판매량이 절반 가까이 떨어진 현대차의 주가는 어제 다시 2.57% 하락했다. 한한령(限韓令)으로 이미 큰 타격을 받은 관광 및 면세점, 면세점 매출이 높은 화장품 업체 등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한중 회담이 열린 독일 함부르크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경제 보호주의에 대항한 자유무역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자리다. 시 주석은 주빈국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만나 대미(對美) 무역흑자국인 두 나라에 맞서 ‘보호무역 장벽’을 세운 미국에 대항해 자유무역 원칙을 관철시킬 것을 합의했다. 그는 올 들어 다보스포럼 등 여러 국제무대에서 자유무역의 수호자가 되겠다고 천명해 국제적인 찬사를 받기도 했다. 한국을 상대로는 경제 보복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것은 자신이 한 말과도 일치하지 않을뿐더러 주요 2개국(G2)이라는 대국(大國)의 위상에 걸맞지 않은 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