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 극과 극… 엇갈린 농심
뒤늦게 온 장마는 예상보다 독했다. 중부지방 곳곳에 ‘물폭탄’을 뿌리며 크고 작은 피해를 냈다. 기습 폭우에 다리가 끊어지고 고속도로가 막혔다. 경기 남부는 4일까지, 강원 영서와 충청 북부 등은 5일까지 최대 150mm의 비가 더 내린다.
○ 중부지방에 갇힌 ‘지각 장마’
3일 강원 홍천군 내면 광원2리의 가덕교와 연결된 지방도 446호선이 폭우에 유실됐다. 마을 주민 20가구, 70여 명이 고립됐다. 홍천에는 1일부터 3일 오후 4시까지 361mm의 비가 내렸다.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춘천(253mm)과 경기 가평(224mm), 경북 상주(202mm), 충북 청주(143mm) 등 내륙지방을 중심으로 꽤 많은 비가 내렸다.
서울에도 3일 오전 지역별로 시간당 최고 6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서대문구 북아현동의 저지대 도로에서는 배수로가 막히면서 빗물이 차올라 50대 운전자가 차량에 갇혔다가 주민들에 의해 구조되기도 했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서울 322동 등 전국적으로 주택 416동이 침수 피해를 입었다.
보통 장마전선은 북쪽의 차갑고 건조한 ‘오호츠크해 기단’과 남쪽의 따뜻하고 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충돌해 형성된다. 장마전선은 두 공기 덩어리 사이에서 오르락내리락하면서 한반도에 고르게 장맛비를 뿌린다. 하지만 올해 북태평양 고기압이 평년보다 강한 탓에 장마전선은 중부지방에 갇힌 채 비를 쏟아냈다.
3호 태풍 ‘난마돌’도 북상 중이다. 제주도 남쪽 먼바다에는 태풍주의보가 발효됐다.
○ ‘찔끔’ 비에 속 타는 농민들
반면 강원지역 시군은 심각한 가뭄 상황은 일단 벗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 강원지역본부에 따르면 3일 오후 2시 강원도내 저수지(관리 대상 79개)의 저수율은 48%로 전날에 비해 8%포인트 상승했고, 빗물 유입과 추가 비 소식이 있어 저수율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인 가뭄으로 수위가 계속 하락하던 소양강댐도 폭우로 수위가 급격히 상승했다. 한국수자원공사 소양강댐관리단에 따르면 3일 오후 2시 현재 소양강댐 수위는 166.6m로 폭우가 내리기 전인 지난달 30일 163.7m에 비해 2.9m 상승했다. 현재 수위는 예년 166.9m에 근접한 수치로 이번 주 내에 예년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홍천=이인모 imlee@donga.com / 서산=지명훈 / 김윤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