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남성 생식 연구 활발
응고된 정액과 정자. 정자의 에핀 단백질에 항체가 붙으면 응고된 정액을 다시 액체로 만들 수 없어 여성의 질 안으로 정액이 들어가지 못한다. 이 원리를 활용한 남성 경구 피임약이 개발되고 있다. 사진 출처 마이클 올랜드 교수 논문
○ 남성 불임 연구 다시 활발
최근 남성 불임 연구가 다시 활기를 띤다. 대표적 남성 불임 원인으로 정자의 ‘DNA 분절’이 있다. 흡연, 음주로 정소가 화학물질에 노출되거나, 정소 정맥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나는 정계정맥류에 걸려 정소 온도가 높아지면 정자의 DNA가 끊어질 수 있다. 정자 모양이나 운동성에는 영향을 주지 않아 정액 검사만으로는 발견하기 어렵다. DNA가 끊어지면 배아 발달에 필수인 단백질을 제대로 못 만든다. 배아가 자궁내막에 착상을 못 하거나 착상하더라도 초기 유산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외부 충격’도 남성 불임의 원인이다. 정소에는 ‘혈액정소장벽’이 있어 정자의 항원이 혈액 속 면역세포와 만나지 않게 한다. 외부 충격으로 장벽이 깨지거나 면역계 이상이 생기면 정자를 공격하는 ‘항정자 항체’가 생긴다. 정자가 난자를 뚫고 들어가지 못해 불임이 된다. 한 번 생긴 항체는 없어지지 않으므로 평소 몸 관리를 잘해야 한다.
○ 남성용 피임약 개발도 한창
정자에 부작용이 없는 남성 피임약 연구도 활발하다. 세계 최초 남성 경구 피임약 후보는 인도네시아 아이를랑가대 생약 및 식물화학과 밤방 프라조고 교수가 개발한 ‘젠다루사’다. 쥐꼬리망초과에 속하는 식물 젠다루사를 활용했다. 이 약은 정자가 난자를 향해 움직이는 데 꼭 필요한 효소를 약화시킨다. 남성 350명 대상의 세 차례 임상시험에서 99.96% 피임 성공률을 보였다. 인도네시아 식품의약청 허가를 기다리고 있고, 1년간 안전성 검사가 끝나면 판매할 예정이다.
불임의 원인인 항정자 항체를 역이용한 피임약 연구도 있다. 정액을 굳히는 방식이다. 마이클 올랜드 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교수는 수컷 보닛마카크 원숭이 9마리의 혈액에 정액 응고 및 액화에 관여하는 단백질인 에핀을 주입했다. 7마리에서 에핀을 방해하는 항체가 대량 발생하며 정액이 굳어져 피임에 성공했다. 그는 이 기술을 바탕으로 제약회사 에핀파르마를 창업했다. 과학동아 7월호에서 남성의 생식 관련 기획 기사를 볼 수 있다.
우아영 wooyoo@donga.com ·최지원 동아사이언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