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반환 20년/구자룡 특파원 현장르포 2信]주석 취임 후 첫 방문 “20주년 축하-발전지지-미래기획 3가지 목적 갖고 홍콩 방문” 경찰 1만여명 육해공 입체 경호 헬기 선회… 24시간 보트 순찰… 시위예상 지역은 아예 도로 폐쇄
구자룡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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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홍콩공항에 도착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홍콩 반환 20주년 기념일(7월 1일)에 즈음한 자신의 방문 목적을 이렇게 밝혔다. 중국 국가주석이 홍콩을 찾은 것은 1997년 7월 홍콩 반환 기념식에 장쩌민(江澤民) 당시 주석이 참석한 이후 처음이다.
렁춘잉(梁振英) 행정장관이 시 주석 전용기에 올라 영접했으며 홍콩 주민 수십 명이 오성홍기와 홍콩기를 흔들며 환영했다. 캐리 람(林鄭月娥·59) 행정장관 당선인도 공항에 나왔다.
그가 도착 일성으로 일국양제와 함께 민생을 말한 것은 지난 20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는 홍콩 민심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홍콩이 지난 20년간 평온하지 않은 과정이 있었다”고 언급했는데 이는 2014년 ‘우산혁명’ 시위 등 홍콩 주민들의 민주화 요구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실제로 29일 홍콩과 주룽(九龍)반도를 잇는 해저터널 입구에는 시 주석의 방문을 환영하는 대형 문구가 걸린 반면, 다른 거리에는 ‘홍콩 몰락 20주년’이라는 문구가 걸리는 등 홍콩인들은 반환 20년을 맞아 복잡한 심경을 보이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구자룡 특파원
경찰은 시 주석 방문 기간인 29일∼7월 1일 보트 10대를 동원해 빅토리아항 주변을 24시간 순찰하고 있으며, 홍콩 서부 상업지구 완짜이(灣仔)와 빅토리아항 상공을 비행제한구역으로 설정했다. 특히 시위가 예상되는 완짜이와 인근 애드미럴티(金鐘) 지역 일부는 통행을 제한하고 도로를 폐쇄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시위대가 보도블록을 뜯어내 경찰에 던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블록을 접착제로 붙이는 작업을 진행했다.
시 주석의 방문을 맞는 홍콩 민주당파 의원들은 다소 분열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명은 28일 실명으로 시 주석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일국양제가 제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며 개선을 요구했다. “홍콩은 중국과 분리할 수 없는 일부분”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일국과 양제가 모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앙정부는 홍콩의 특성을 존중하고 홍콩인을 신임해 주길 바란다”면서 ‘솽푸쉬안’(雙普選·입법회의원과 행정장관을 1인 1투표로 선출하는 보통선거)을 요구했다. 반면 다른 의원 10명은 시 주석이 30일 오후 숙소에서 베푸는 연회에 참석해 우호적인 제스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방문 첫 일정으로 주룽반도의 대규모 문화공원인 시주(西九)문화구 건설 현장을 참관하고 ‘홍콩고궁문화박물관’ 건립에 관한 중국과 홍콩 간 협정 체결식에 참석했다. 저녁에는 과거 영국 총통이 집무실 겸 관저로 사용했고 현재는 홍콩 행정장관 관저 겸 국빈관인 ‘예빈부(禮賓府)’의 만찬 연회에 참석했다. 방문 이틀째인 30일에는 여성 행정장관 당선인인 캐리 람과 내각 각료들을 면담할 예정이다.
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