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나성범. 스포츠동아DB
우타자 최초 2000안타를 치고 은퇴한 홍성흔(41)은 타자로 32세 시즌부터 최전성기를 맞이한 매우 특별한 커리어를 갖고 있다. 홍성흔은 만 23세에 데뷔해 31세까지 9시즌 동안 단 한차례 3할 타율(2004년 0.329)을 기록했다. 홈런은 26세였던 2002년 기록한 18개가 가장 많았다. 그러나 32세였던 2008년 0.331을 기록하더니 33세 시즌인 2009년 0.371, 34세가 된 2010년 0.350의 타율을 기록했다. 35세 시즌인 2011년에도 0.306의 타율을 올렸다. 34세 때는 26홈런을 치며 20대와는 비교도 안 되는 장타력을 보여줬다. 홍성흔의 변화는 포수 미트를 내려놓고 지명타자로 타격에만 전념한 것도 배경이었지만 밀어치는 타격이 경지에 오르며 많은 선수들이 은퇴할 나이에 그는 타자로 전성기를 맞을 수 있었다.
좌타자인 NC 나성범(28)은 최근 타격 훈련을 할 때마다 의도적으로 좌중간으로 타구를 날려 보내고 있다. 30대 홍성흔과 똑 같다. 우타자인 홍성흔은 방향만 달랐다. 훈련 때 90% 이상을 우중간으로 보냈다.
타자 나성범의 강점은 정확도와 힘, 주루, 수비를 겸비한 ‘5툴 플레이’다. 현재 능력만 유지해도 충분히 리그 정상급 타자의 위치를 지킬 수 있다. 그러나 스스로 변화를 선택했다.
나성범이 설명한 밀어치기의 강점은 타구 방향이 부채꼴로 구장 곳곳을 향하며 안타 확률이 높아지고 스윙이 타구에 대한 예측보다 빨랐을 때 파울이 나지 않고 우익수 방면으로 향할 수 있는 점이다. 전성기 홍성흔의 설명과 똑같다.
NC 나성범. 스포츠동아DB
나성범은 “타자로 변신한지 이제 6년째다. 아직 경험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크게 우측으로 치려고만 했던 것 같다. 그러나 좌중간을 바라보며 밀어 치면서 우익수 쪽으로 향하는 타구도 더 멀리 가는 것을 느낀다”며 “타격 때 힘을 빼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좌중간으로 타구를 밀어 쳐 보낸다고 생각하며 스윙을 하면 힘을 빼는 데도 도움이 크게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전에 밀어치는 타격을 적용하면서 27일 넥센전에서는 펜스 정 가운데를 넘기는 대형 홈런을 날리기도 했다. 스윙이 빨라도 오히려 더 좋은 타구를 만들 수 있는 새로운 타격 스타일의 강점을 극대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밀어치는 타법이 완성되면 좌익수 쪽으로도 더 많은 타구를 날려 보내 상대 외야 수비를 흔들 수도 있다. 여러 가지로 장점이 많은 새로운 변화다.
나성범은 수비 도중 팔목을 다쳐 5월 28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한동안 스윙 훈련을 할 수 없었다. 그 사이 나성범은 뛰고 또 뛰었다. 스스로 ‘시즌 중에 강도 높은 체력훈련을 해도 괜찮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복귀 후 6경기에서 4홈런 13타점을 몰아치고 있다.
오늘도 나성범은 타석에 서서 머릿속으로 독백을 한다. ‘성범아 힘 빼고 밀어치자!’ 나성범이 나성범을 뛰어넘기 위해 선택한 새로운 타격 스타일은 30대 나성범에게 어떤 것을 선물할지 기대가 된다.
마산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