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지현 사회부 기자
하지만 이 ‘마법’은 지난해 이맘때도 찾아왔다. 남동풍 덕분이다. 봄철에는 1년 내내 서쪽에서 동쪽으로 부는 편서풍과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으로 형성되는 북서풍을 타고 중국의 미세먼지가 한반도로 날아온다. 반면 5∼6월은 한반도 북동쪽 오호츠크해 부근 상공에서 고기압이 발달하면서 남동풍이 불어온다. 바람의 방향이 한반도에서 중국 쪽으로 바뀌는 것이다.
지난달 2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서울시민 미세먼지 대토론회’는 미세먼지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공포가 어느 정도인지 보여줬다. 서울시가 사전 의견을 받아본 결과 미세먼지 때문에 건강이 걱정된다며 자신이 생각하는 대응 방안을 접수시킨 사람이 3000명이나 됐다. 정부가 행동을 취해달라는 시민의 강력한 경고인 셈이다.
지방자치단체가 경유 차량 이용 줄이기에 나서고 공사장에서 발생하는 먼지를 감축시키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이것이 정확한 진단에 따른 처방인지는 의문이다. 환경부는 지난해 4월 ‘미세먼지 도대체 뭘까’라는 자료에서 2012년 발생한 우리나라 미세먼지 120만 t의 65%가 제조업체의 연소로 배출되며 자동차 매연에서 나오는 것은 12%라고 밝혔다. 이 결과가 정확하다면 서울시의 대책은 미흡한 측면이 있는 셈이다.
미세먼지 발생에서 중국이 어느 정도 비율을 차지하는지에 대해서도 정부, 지자체, 전문가는 서로 다른 분석을 내놓는다. 국립환경과학원은 평균 40%, 서울시는 55%, 민간 전문가들은 40∼70%라고 한다. 그동안 지속적인 자료가 축적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 정부에 책임을 묻기는 쉽지 않다.
국민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내가 노력해도 바꿀 수 없다’는 자괴감에서 상당 부분 비롯된다. 혼자서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하늘과 공기를 바꿀 수는 없다. 개인이 승용차를 덜 타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도 중요하긴 하다. 국민이 지적하고 언론이 비판하면 정부와 지자체는 이런저런 대책을 내놓다가 파란 하늘이 며칠 보이면 딴전을 피운다. 국민도 마찬가지다.
환경정책은 포퓰리즘이 적용되기 어렵다.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도 어려울뿐더러 뚝심 있게 한마음으로 밀어붙여도 좋아질까 말까 하기 때문이다. 외교부 장관이 관용차로 하이브리드차를 타는 것도 좋다. 그러나 중국발(發) 미세먼지 문제를 어떻게 풀어낼지 로드맵은 갖고 있는지, 원자력발전소를 안 짓는다는 정부는 화력발전소의 미세먼지 배출 문제는 어떻게 풀 것인지 의문이다. 지금, 잠깐 상쾌하게 숨쉴 뿐이다. 미세먼지는 다시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