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끼가 어디에 살고 있을까. 무심코 지나쳤던 도심의 그늘진 보도블록에서, 숲 속의 바위에서, 개울가에서 살고 있던 이끼들이 눈에 들어왔다. 손으로 조금씩 떼어낸 이끼를 사무실 컴퓨터 앞에 놓인 흰색 플라스틱 접시 위에 담았다. 이끼는 매일 아침 물만 주면 짙은 초록색으로 되살아난다. 사무실에서 난초를 키울 땐 늘 얼마 안 가 말라 죽곤 했는데, 이끼는 물만 주면 엄청난 생명력을 뿜어낸다. 골프장 그린처럼 부드럽고, 반짝반짝 빛나는 이끼. 고급스러운 에메랄드빛 융단 같은 이끼 옆에 오래된 고목과 차돌까지 주워 와 장식해 놓으니 마치 원시림을 축소해놓은 듯하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신비로운 숲처럼. 내 책상 어디에선가 토토로가 튀어나오고, 고양이 버스가 지나가지 않을까?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