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대학살의 신’의 배우 송일국
연극 ‘대학살의 신’에서 아빠 역을 실감나게 표현하기 위해 송일국은 몸무게를 20kg이나 늘렸다. 그는 “정상 체중에서 대한이가 몸에 붙어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24일 막을 올리는 연극 ‘대학살의 신’에서 미셸 역을 맡은 배우 송일국(46)은 꾸밈없이 소탈하게 말을 이어갔다.
‘대학살…’은 아이 싸움이 어른 싸움으로 번지는 과정을 통해 위선으로 가득 찬 인간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작품. 맞아서 이가 부러진 아이의 아빠인 미셸은 공처가, 마마보이에 평화주의자인 척하는 남자다. 아내 베로니끄(이지하)는 아마추어 작가로,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만행에 대해 모르는 게 없다.
후배들을 숱하게 지도한 어머니였지만 아들을 가르칠 때는 ‘대본이 마구 날아다니는’ 상황이 벌어지는 바람에 두 번 만에 그만뒀단다.
그에게 ‘대학살…’은 연극 ‘나는 너다’,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이후 세 번째 무대다. 남경주, 최정원이 때린 아이의 부모 역을 맡았다. 송 씨는 배우 네 명 가운데 막내다.
“선배들은 자기 대사는 물론 상대방 대사까지 다 외우고 소화해 큰 그림을 그리더라고요. 학부 2학년생이 대학원 박사 과정 수업 들어온 것 같다고 할까요. 제가 헤매면 짚어주고 챙겨주세요. 그럴 땐 막내라 행복해요.”
극 중 배우들은 처절하게 망가진다. 무게감 있는 연기를 많이 했던 그에 대한 환상이 깨지는 데 대한 두려움은 없는지 궁금했다.
아빠 역할이다 보니 그는 미래에 일어날 일을 미리 겪는다는 생각으로 연습하고 있단다. 삼둥이(대한, 민국, 만세)가 연극에서처럼 맞아서 이가 부러져 들어오면 어떨까. 그는 5초간 침묵한 뒤 입을 열었다.
“중립자적 입장을 가져가려 하겠지만(극 중 그의 대사다)…. 아, 진짜 그러면 돌아버릴 것 같긴 해요!”
그가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삼둥이 사진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삼둥이는 올해 다섯 살이다. 민국이에게 한 살 연상의 여자 친구가 생겼단다.
“민국이에게 여자 친구를 보면 어떠냐고 물어보니 설렌다고 하더군요. 만세는 감성이 남다른 것 같아요. 엄마가 상가(喪家)에 간다고 하면 만세가 ‘엄마, 슬프겠어요’라고 해요. 이제 아이들과 대화가 제법 됩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