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식만 하거나 성장 속도가 느리거나 좁은 공간에서 잘 번식하지 못하면 가축이 될 수 없다고 다이아몬드 교수는 진단했다. 길들여지기는커녕 사람에게 덤벼든다면 최악의 결격 사유가 된다. 닭은 포유류가 아니지만 다이아몬드 교수의 가축화 성공 요인을 모두 충족해 지금은 돼지와 소에 못지않은 가축의 자리를 차지했다. 공장식 사육에 최적화돼 생산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다. 지금 한국인이 단군 이래 가장 많은 닭고기를 먹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하자 재벌이 아니라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가 먼저 납작 엎드렸다. 공정위가 현장조사를 나간 BBQ가 이달 초 두 차례 올렸던 가격을 원래대로 낮추기로 했다. 교촌치킨과 BHC 등도 인상 계획을 철회하거나 할인행사를 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강조했던 골목상권 보호의 목표는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 간의 불공정거래 관행 개선일 것이다. 그런데 첫 수혜자가 가맹점주보다 소비자가 된 모양새다. 이렇게 단번에 내릴 가격을 왜 올렸나 하는 의문도 든다.
이진 논설위원 le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