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럽다” 아파트 외벽작업자 밧줄 끊어 살해

“휴대전화 음악 틀어 휴식 방해”
40대 주민이 옥상 올라가 싹둑… 12층서 추락한 40대 인부 사망

8일 오전 8시 13분 경남 양산시의 아파트에서 김모 씨(46)가 40m 아래 바닥으로 떨어져 숨졌다. 김 씨는 옥상에서 내린 밧줄에 의지한 채 12층 부근 창틀에서 실리콘 충전작업 중이었다. 당시 작업을 지휘하던 현장소장과 밧줄을 관리하던 책임자는 1층에 있었고 옥상에는 아무도 없었다.

경찰은 지름 18mm의 굵은 밧줄이 갑자기 끊어진 점을 이상히 여겼다. 현장 인부들을 상대로 수사를 벌인 끝에 12일 아파트 주민 서모 씨(41)를 살인 등의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경찰에 따르면 서 씨는 사건 당일 옥상에서 공업용 커터 칼로 김 씨의 밧줄을 끊어 추락하게 한 혐의다. 서 씨는 이 아파트 15층에 부모와 함께 살고 있다.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서 씨는 당일 오전 4시 반경 인력시장에 나갔으나 “술 냄새가 난다”는 등의 이유로 일감을 구하지 못하고 귀가했다. 집으로 돌아온 서 씨는 아파트 외벽에서 일하던 인부 4명 가운데 2명이 휴대전화로 음악을 켜놓아 잠을 자는 데 방해가 되자 한 차례 주의를 줬다.

그러나 계속 음악이 흘러나오자 집에 있던 커터 칼을 들고 옥상으로 올라가 황모 씨의 밧줄을 절단하려다 음악이 나오는 곳을 확인한 뒤 김 씨의 밧줄을 완전히 끊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 씨는 처음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발뺌하다 경찰이 슬리퍼 족적(足跡)을 들이대자 자백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13일 서 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양산=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