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와 평가전도 고전 속 0-0 슈틸리케, 부임후 첫 3-4-3 전형… 오히려 공격 약화돼 유효슈팅 0개 손흥민도 고립돼 별다른 활약못해
울리 슈틸리케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3일 전지훈련지인 아랍에미리트로 출국하면서 팬들의 응원을 부탁했다. 그러나 카타르와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8차전 방문경기(14일)를 앞두고 8일 열린 평가전에서 한국이 보여준 모습은 믿음을 심어주기에 부족했다.
한국은 이날 아랍에미리트 라스알카이마에서 열린 이라크와의 평가전에서 졸전 끝에 0-0으로 비겼다. 카타르전의 모의고사 격인 이 경기에서 ‘방문경기 징크스’를 벗어나겠다는 계획도 실패했다. 대표팀은 방문경기 4경기 연속 무승(2무 2패)과 무득점의 부진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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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기성용을 후방에 놓자니 공격 기회를 만들 힘이 약해지고, 위쪽에 놓으면 수비진의 볼 전개가 불안해지는 딜레마에 빠졌다. 스리백 실험은 실패에 가깝다”고 말했다.
낯선 전술로 인해 미드필더들이 우왕좌왕하면서 대표팀 에이스 손흥민은 고립됐다. 2016∼2017시즌에 한국인 유럽 무대 한 시즌 최다골 기록(21골)을 세우는 등 최고의 활약을 펼친 손흥민이지만 대표팀에서는 최종예선 5경기에 출전해 1골에 그치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손흥민이 어떤 포지션에서 뛰더라도 골 감각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이라크전에서 전반전만 뛴 손흥민은 미드필더의 공격 지원 부족과 상대의 집중 견제 속에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한국은 카타르전까지 손흥민을 중심으로 한 공격력을 극대화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숙제가 생겼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동료 공격수들이 손흥민에게 몰린 수비를 분산시켜 줘야 한다. 이라크전에서는 후반에 교체 투입돼 활발한 돌파를 보여준 황일수(제주)의 움직임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한 위원은 “2 대 1 패스 등으로 손흥민 등 공격수가 침투할 공간을 만들어내는 부분 전술을 가다듬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종예선 A조 2위 한국(승점 13·4승 1무 2패)은 3위 우즈베키스탄(승점 12)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월드컵 본선 직행 티켓은 각 조 1, 2위에 주어진다. 슈틸리케 감독은 “카타르전에서는 반드시 원하는 결과를 얻겠다. 이미 최종예선에서 2패를 했기 때문에 더 이상 패배는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