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고 활기찬 노후 챙겨주자” 1326명이 1만2300명 매주 방문… 건강체크-집안청소하고 말벗돼줘
5일 6·25전쟁 영웅 송효석 씨가 사는 광주 남구의 한 아파트에 보훈 섬김이 고영란 씨가 방문해 혈압을 재고 말벗이 되어주며 따뜻한 보훈을 하고 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육군 1사단 일등상사로 복무하던 그는 당시 아군에게 큰 피해를 입힌 북한군 전차를 파괴하라는 특명을 받은 특공대의 3조장이었다. 송 씨를 비롯한 특공대원 12명은 적진 깊숙이 들어가 초등학교에 은폐된 전차 4대를 로켓포로 쏴 파괴했다. 그는 “당시 군복 뒤에 ‘사신(死神)’이라는 글자를 써 붙이고 일발필중(一發必中)의 의지를 다졌다”며 “로켓포를 쏠 때 생긴 굉음으로 고막이 찢어져 피를 흘렸지만 임무를 끝까지 수행했다”고 말했다.
송 씨는 전차 1대를 파괴한 뒤 달아나던 전차 1대를 쫓아갔다. 도주하던 전차는 목교(木橋)가 무너져 전복됐다. 노획한 전차에서 북한군 극비문서를 찾아내 국군의 대응 전략을 수립하는 데 도움을 줬다. 특공대원들은 전차를 파괴하고 극비 문서를 입수한 공로로 1, 2계급 특진했다. 송 씨도 현지에서 소위로 임관한 뒤 화랑무공훈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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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조국을 위해 싸우고 봉사한 그이지만 8년 전 부인과 사별하고는 아파트에서 홀로 산다. 낙동강 전투에서 고막이 터진 탓에 소리도 잘 들리지 않는다. 외롭게 생활하는 그에게 1주일에 세 번씩 찾아오는 반가운 손님이 있다. ‘보훈 섬김이’ 고영란 씨(55·여)다.
고 씨는 방문할 때마다 집안 청소는 물론이고 송 씨의 건강을 체크하며 말벗이 돼 준다. 2년째 송 씨를 알뜰살뜰 챙기는 그를 보고 주위에서는 칭찬이 자자하다. 고 씨는 “고령인 할아버지가 아직도 나라 걱정을 하는 것을 보면 가슴이 찡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고 씨는 송 씨 외에 보훈 대상자 4명을 돌보고 있다.
6·25전쟁에서 나라를 위해 몸을 던져 싸운 호국 유공자들이 나이가 들어 홀로 사는 경우가 많다. 이들을 가족처럼 보살피는 보훈 섬김이가 이들의 외롭고 힘든 생활에 큰 힘이 되어주고 있다.
2006년 도입된 보훈 섬김이 제도는 보훈 대상자 중 거동이 불편하거나 홀몸노인을 찾아가 보살피는 국가보훈처의 복지서비스다. 최근 취임한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이 강조한 따뜻한 보훈 정책의 대표적 사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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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구 광주지방보훈청장은 “일부 보훈 대상자는 멀리 사는 아들딸보다 매주 찾아와 챙겨주는 보훈 섬김이에게 더 정이 간다고 말한다”며 “보훈가족의 건강하고 활기찬 노후 생활을 위해 다양한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