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아침 식사로 흔히 먹는 간장 얹은 두부.
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 ‘오 키친’ 셰프
그때 내가 산 두부는 따뜻한 물에 섞인 부드러운 하얀 액체였는데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그 두부를 사다가 식기 전 집에 도착해 아무 양념도 넣지 않고 그대로 먹었다.
일본인의 식생활에는 종교가 많은 영향을 미쳤다. 도겐 스님(1200∼1253)은 선불교를 창시하고, 중국으로부터 사찰음식이라 불리는 쇼진(精進)요리(일본의 사찰요리)를 선보였다. 콩을 주재료로 미소(일본식 된장)와 두부, 유바(두부껍질), 유부 등을 버섯, 무, 우엉 등과 곁들이는 채식이다.
‘환상의 요리(또는 지옥냄비)’라 불렸던 상상의 미꾸라지 두부요리가 있다. 물을 냄비에 넣고 끓이다가 산 미꾸라지와 찬 두부를 넣어 뚜껑을 덮는다. 열기를 피해 미꾸라지가 두부 속으로 숨어 겉은 두부이나 속에는 미꾸라지가 들어 있는 요리다. 오랫동안 수많은 요리사가 재현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미꾸라지가 냄비에서 튀어나오고 두부에 들어가기도 전에 죽어 버리는 것이다. 어느 날 TV 프로에서 직접 만들면서 밝혀낸 이 요리의 진실은 순두부를 만들어 미꾸라지 익힌 것과 섞어 두부판에 담아 완성한 것으로 결론 냈다.
두부는 에도시대 초기까지 고급 음식으로 쇼군의 식탁에 오른 음식이었다. 3대 쇼군 도쿠가와 이에미쓰(재위 1623∼1651년) 시대에는 일반인에게는 만들고 먹는 것이 모두 금지된 음식이었다가 18세기 중엽에 이르러서야 지금의 도쿄, 오사카, 교토 등 대도시의 특별한 행사 때에만 먹을 수 있게 됐다.
두부가 대중화된 계기는 1782년 ‘100가지 두부요리’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부터다. 그 후 100가지 시리즈는 달걀, 무, 도미, 감자로 발전됐다. 소설가 가와바타 야스나리에 의해 유명해진 ‘모리카’라는 두부 집에서 만든 두부는 두 조각에 410엔에 판매되기도 한다. 교토의 따뜻한 두부요리 코스는 한국 돈으로 3만 원 정도인데 나는 이 가격이 비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세계 최고의 노르딕 레스토랑 ‘노마’의 오너 셰프는 교토 가이세키 코스에 있는 따뜻한 두부와 유자 미소는 잊을 수 없는 세계 최고의 요리라고 말한다.
교토를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이것이 오래된 전통 가옥의 다다미방과 아름다운 정원, 기모노와 예의를 갖춘 서비스 등 단지 요리만이 아닌 역사와 전통이 어우러진 가격이다. 체험이라고 생각한다면 30만 원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일본인이 맛있는 두부를 먹기 위해 가는 저렴한 식당은 따로 있다.
오키나와는 일본에서 두부를 가장 많이 먹는 지역으로 유명하다. 찬 두부를 냉장고에 보관했다 파는 다른 지역과 달리 따뜻한 두부를 파는 오키나와의 슈퍼마켓에 가면 두부가 나오는 시간에 맞춰 줄 서 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마치 새벽에 바게트를 기다리는 파리지앵과 똑같은 모습이다.
‘맛의 달인’이라는 만화책 1편에서 주인공 시로는 “와인과 두부는 들고 다니지 말라”고 말한다. 일단 오픈하면 되도록 빨리 먹어야 진정한 맛을 느낄 수 있는 이유이다. 맛으로 느끼는 시간 예술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 아닐까.
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 ‘오 키친’ 셰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