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업 역차별 논란 다시 수면위로
최근 페이스북과 SK브로드밴드는 전용 ‘캐시서버’(인터넷망 중간에 설치돼 있는 임시 저장 공간) 설치 및 비용 분담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업인 페이스북은 2년 전 통신 3사 중 KT와만 국내 통신망 유료 대여 계약을 맺었다. 최근 페이스북은 가입자가 급격히 늘고, 동영상 사용량이 증가했다는 이유를 들어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에 별도의 사용료 부담 없이 페이스북 전용망 추가를 요구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통신사와 외국계 기업의 기 싸움으로 시작한 논란은 국내 인터넷 기업에 대한 역차별 논란으로 불똥이 옮겨갔다. 통신사업자가 페이스북의 요구를 밝히는 과정에서 네이버와 카카오, 아프리카TV 등 국내 인터넷 기업들은 매년 수백억 원에 달하는 캐시서버 비용을 통신사에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통신사업자들은 국내 인터넷 기업에서 받는 망 사용료 등은 상호 계약 문제라는 이유를 들어 공개하지 않았다.
페이스북은 SK브로드밴드와의 계약을 통해 망 사용료를 낮춘 뒤 올해 말로 예정된 KT와의 재계약에서 이를 근거로 망 사용료를 더 낮출 것으로 알려졌다. 역차별 문제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망 사용료 문제에 대해 최근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정부와 인터넷기업협회, 통신사, 해외 기업들이 입장을 정하고 조율해서 좋은 출발점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히면서 새로운 기준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동안 통신사업자가 망 사용료를 아무런 원칙 없이 운영한 것부터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인터넷 업계에선 2011년 구글 유튜브가 한국에서 비용 부담 없는 캐시서버 특혜를 준 것부터가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이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당시 국내 통신 3사는 사용자 확보를 명목으로 유튜브 전용 서버를 설치하면서, 지금까지도 별도의 비용 없이 이를 제공해 페이스북이 특혜를 요구하는 근거가 됐다는 설명이다. 이후 유튜브는 초고화질(UHD) 등 용량이 큰 서비스를 확대하는 반면 국내 인터넷기업과 콘텐츠 분야 스타트업 등 국내 사업자는 서비스나 영상 질을 올리려면 부담이 생기는 상황이다.
인터넷 업계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반발하지만 정부도 개입을 꺼리고 있다. 해당 갈등에 대한 소관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는 “통신사업자와 인터넷 기업 간의 갈등에 개입할 근거와 명분이 없다”는 입장이다. 통신사업자가 인터넷 업계와 논의해서 해결할 문제라는 것이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