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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들어서면 스마트폰 자동 충전’ 꿈 이뤄지나

입력 | 2017-05-26 03:00:00

ETRI ‘전 방향 무선충전’ 기술 개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연구진이 개발한 전 방향 무선전력충전장치 ‘이-컵(E-Cup)’의 모습. 어느 방향으로 스마트폰을 넣어도 충전이 시작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제공

인터넷은 무선 접속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전기를 무선으로 공급하는 것은 가능할까. 실용화되진 않았지만 이론적으로 가능하다는 견해가 많다. 카페나 사무실 등 정해진 공간에 들어서기만 하면 호주머니 속 스마트폰이 자동 충전되도록 하겠다는 것으로, 흔히 ‘와이파워(Wi-Power)’라고 불린다.

미래에 등장할 와이파워 서비스를 현실화할 기술을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연구진은 소형 전자기기를 무선 충전하는 ‘자기공명식 전력 전송 기술’을 한층 고도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25일 밝혔다. 와이파워 실용화를 앞당길 기술적 진보로 여겨진다.

무선 충전 기술은 일부 스마트폰이나 전동칫솔 등 소형 전자기기에서 부분적으로 실용화돼 있다. 그러나 전력 전송 거리가 수 mm 정도여서 충전기에 기기를 직접 올려놓는 방식을 쓴다. 자기장이 흐르면 주변에 전기가 발생하는 ‘자기유도’ 원리를 이용했다.

와이파워를 실용화하려면 이와 조금 다른 ‘자기공명’ 기술이 필요하다. 최대 수 m까지 전력 전송이 가능한 기술이다. 유리잔을 두들기면 옆에 있던 유리잔이 따라서 진동하는 ‘공명’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자기공명 방식을 처음 세상에 선보인 건 미국 연구진이다. 마린 솔랴치치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팀은 2007년 이 방식으로 전력 송신장치에서 2.1m 떨어진 60W 전구를 켜는 데 처음 성공했다. 당시 크게 주목받았지만 와이파워 서비스를 완성하기엔 기술적 난관이 컸다. 전력 송신장치와 수신장치의 크기가 너무 크고, 두 장치가 정확히 서로 마주볼 때만 쓸 수 있다는 점 등이 약점으로 꼽혔다. 결국 이 기술은 열차 등 특수 목적용으로 주로 쓰이게 됐다. 국내에선 KAIST가 이 기술을 응용한 ‘온라인전기차(OLEV)’를 개발해 화제가 됐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도 철길 밑에서 전력을 공급받는 ‘무선 전력 전송 철도차량’을 개발한 바 있다.

ETRI 연구진은 자기공명 방식의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했다. 정면으로 마주보고 있지 않더라도 어느 방향에서도 충전이 가능하게 하는 데 처음으로 성공했다. 연구진은 자기공명 전력 송신장치 4개를 손톱보다 작은 크기로 만들어, 컵 내부 공간에 와이파워 서비스를 실제로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이 충전장치에 ‘이-컵(E-Cup)’이란 이름을 붙였다.

기존 스마트폰 충전장치와 달리 이-컵은 내부에 스마트폰을 아무렇게나 던져 넣어도 방향과 상관없이 충전이 가능하다. 현재 충전 효율은 60% 정도이며, 이를 최대 70%까지 늘려 상용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조인귀 ETRI 전파환경감시연구그룹 책임연구원은 “충전 방향에 따라 효율이 급격하게 변하는 자기공명 방식의 단점을 처음으로 극복했다는 점에서 큰 기술적 진보”라고 설명했다.

이-컵의 무선 전력 전송 거리는 현재 10cm 정도지만, 연구진은 기술을 보완해 가로세로 5m 넓이의 공간에 와이파워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으리라 보고 있다. 조 연구원은 “거리가 멀어지면 충전장치도 커져야 해 기술적 난관이 많다”면서도 “10년 정도면 어디서나 전선 없이 전자기기를 충전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