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24일부터 사흘간 22개 정부 부처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과거 인수위가 고압적인 행태로 물의를 빚은 점을 의식한 듯 김진표 위원장이 첫날 “완장 찬 점령군으로 비쳐서는 공직사회의 적극적 협조를 받기 어렵다”며 위원들에게 자기희생과 솔선수범의 리더십을 보여 달라고 주문했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 듯하다.
외교부가 24일 업무보고에서 ‘작년 두 차례 핵실험을 포함한 거듭된 도발로 북한과 대화를 하기 어려웠던 상황’을 설명하자 한 위원이 “대화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창출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다그쳤다. 박근혜 정부의 정책기조를 따라야 하는 정부 부처에 대한 상황인식이 결여된 무리한 요구다. 국정기획위가 정식 대면보고에 앞서 서면보고를 요구하면서 ‘과거 정부 추진 정책 평가 및 새 정부 기조에 따른 개선방안’이라는 답변 항목을 포함시킨 것은 과거 정권 사업에 대한 반성문을 쓰라는 얘기로 들린다.
국정기획위가 밝힌 국정 방향 중 공공기관 성과연봉제를 폐지하라는 것은 박근혜 정부의 4대 개혁 중 하나인 공공개혁을 원점으로 돌리라는 얘기다. 김연명 국정기획위 사회분과위원장은 어제 교육부 보고에서 “사학비리는 20∼30년간 우리 사회 고질적 문제였는데 더는 학생·학부모·교사가 이런 문제로 고통받지 않게 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노무현 정부 때 야당과 사학재단의 반발로 불발된 사학법 개정을 교육부가 재추진하라는 취지는 아닌가.
지난 정부의 공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실패를 거울삼아 새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잘 이식해 국정의 일관성을 유지토록 하는 것이 정권인수위의 역할이다. 공무원을 개혁의 동반자가 아니라 개조의 대상으로 보는 마음가짐으로는 새 정부 앞에 놓인 막중한 개혁 과제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어렵다는 점을 새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