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기쁨도 순간, 공허함 밀려와… 가족 행복 위해 국내무대 복귀”
미국여자프로골프(LPG)투어 생활을 접고 국내 무대로 돌아온 장하나(오른쪽)가 23일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는 어머니 김연숙 씨를 위로하고 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23일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서 기자회견에 나선 장하나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를 포기하고 국내 복귀를 결정한 배경에 대해 “그동안 나만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다는 후회가 몰려왔다. 더 늦기 전에 가족과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승의 기쁨은 잠시였다. 시상식을 마친 뒤 텅 빈 방에 돌아오면 공허함이 몰려왔다. 진정한 행복이 뭘까 수천 번 자문했다”고 덧붙였다.
국내 복귀의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어머니였다. 늦둥이 외동딸인 장하나는 2015년 LPGA투어 진출 후 아버지와 객지 생활을 했다. 홀로 남겨진 어머니는 지난해부터 우울증과 불면증 등에 시달리며 약에 의존해 왔다. 장하나는 “어머니가 너무 지치고 외롭게 지내시는 걸 보고 결심을 굳혔다”고 털어놓았다. 장창호 씨는 “아내가 1년이면 330일을 혼자 지내느라 힘든 나날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전인지와 연관된 가방 사건은 이번 결정과 무관하다는 게 장하나의 입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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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마니산 가족 여행을 떠난다는 장하나는 국내 복귀전인 다음 주 제주 롯데칸타타오픈 때도 어머니를 모시고 가기로 했다. “어머니와 전국 맛집 투어를 자주 다닐 겁니다. 골프를 관둔 게 아닌 만큼 국내 투어에서도 초심으로 돌아가 즐겁게 해야죠. 국내 통산 8승 중 메이저 우승이 두 번뿐인데 큰 대회에 집중하려고요. 화끈한 세리머니 기대해 주세요.”
어머니 김 씨는 “37년 동안 식당 하며 어디 제대로 놀러간 일도 없다. 이제 딸과 좀 다녀야겠다. 집안이 늘 고요하고 깜깜하기만 했는데 요즘은 사람 사는 집 같다. 하나 서른 전에 결혼시키고 싶다. 중매 좀 서 달라”며 웃었다.
다시 하나가 된 장하나 가족 모두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