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제임스 본드’ 로저 무어 별세 ‘나를 사랑한…’ ‘죽느냐 사느냐’ 등 8∼14탄 시리즈 주연 맡아 섹스 어필 매력… 전성기 이끌어… “영원히 본드로 산다면 멋진 일”
‘007 시리즈’의 3대 제임스 본드로 유명한 영국 출신 배우 로저 무어가 23일(현지 시간) 스위스에서 암 투병 도중 별세했다. 위 사진은 부드러우면서도 여성에게 어필하는 캐릭터로 새로운 007 스타일을 만들었던 무어의 활동 당시 모습. 두번째 사진은 아내 크리스티나 솔스트럽과 함께 동료 배우 추도식에 참석했을 때 촬영된 것이다. 동아일보DB·위키피디아
그는 새로운 007 상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1대 007로 명성을 날린 숀 코너리에 이어 짧았던 2대 조지 레이전비를 거쳐 3대 007을 맡게 된 그는 강한 남성미에 부드러우면서 여성에게 섹스 어필을 하는 007 스타일을 만들었고 결과적으로 본드 걸이 더욱 부각되는 결과를 낳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1대 코너리의 강한 힘과 첩보 능력 등 남성미에 더해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는 호남 이미지를 확립한 것이다.
무어는 1927년 영국 런던 스톡웰에서 경찰인 아버지와 평범한 주부 사이에서 외동아들로 태어났다. 육군에서 대위로 복무하고, 왕립연극학교를 졸업한 뒤 1953년 미국으로 건너가 활동하기 시작했다. ‘내가 마지막 본 파리’(1954년) ‘크로스플롯’(1969년) 등의 작품에 출연하며 연기력을 인정받은 그는 1973년 코너리가 제임스 본드 역에서 은퇴한 뒤 ‘007 죽느냐 사느냐’를 통해 주연 자리를 넘겨받게 됐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007 마니아들은 다소 동요했지만, 무어는 이내 대중의 인기를 얻으며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1974년) ‘나를 사랑한 스파이’(1977년) ‘문레이커’(1979년) 등으로 명성을 얻었다. 8∼14탄에 출연한 그는 ‘원작자가 가장 원했던 배우’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황인찬 hic@donga.com·김수연·김윤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