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 외환위기 후 20년, 한국 경제 새 길을 찾자’를 주제로 한 동아국제금융포럼이 동아일보와 채널A 주최로 어제 열렸다. 전 국제통화기금(IMF) 핵심 인사와 국내 전문가들은 고령화와 저성장 등 한국 경제가 직면한 또 다른 위기를 경고했다. 외환위기 당시 구조조정을 지휘한 휴버트 나이스 전 IMF 아시아태평양국장은 “IMF 권고에 따라 은행과 기업의 부실을 털어내고 과감한 구조개혁으로 외환위기를 잘 넘긴 덕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한국은 타격이 적었다”면서도 “성장잠재력을 키워 저성장을 극복하려면 구조개혁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1997년 7월 동남아에서 시작된 외환위기의 여파로 한국의 국가신용도가 떨어지면서 달러 보유액이 바닥나고 한보 삼미 대우 등 대기업이 줄줄이 도산한 것이 벌써 20년 전이다. 58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제공하면서 고금리, 부실 금융회사 정리, 긴축재정 도입 등의 조건을 붙인 IMF의 처방이 적절했는지를 두고 논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나이스 전 국장은 “당시 고금리 정책을 짧게 유지했다면 한국의 고통을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인정했지만 고통스러운 구조조정으로 기업의 체질이 개선된 것도 부인할 수 없다.
20년 전 외환위기는 전 국민이 금 모으기 운동까지 벌이며 극복해냈지만 한번 꺾인 성장세는 다시 치솟지 않는 상황이다. 11.2%라는 청년실업률은 이미 역대 최고치를 넘어섰다. 영업을 해서 대출이자도 못 갚는 좀비기업 비중이 15%를 웃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