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호남대에 다니는 중국인 유학생들이 ‘그동안 키워주셔서 감사하다’는 의미를 담아 부모의 발을 씻겨 드리고 있다. 호남대 제공
22일 오전 호남대 문화체육관 1층 귀빈실. 호남대에 재학 중인 중국인 유학생들의 영상편지가 대형 스크린을 통해 흘러나왔다. 중국에서 온 학부모들은 자식들의 효심이 담긴 영상편지에 연신 눈물을 훔쳤다. 이어 중국에서는 생소한 세족식 행사가 진행됐다.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3학년인 스자퉁(史佳同·여·22) 씨는 무릎을 꿇고 부모님의 발을 정성껏 씻겨 드렸다. 스 씨는 “부모님의 사랑을 받기만 하다가 발을 씻겨 드리려니까 가슴이 뭉클하고 왈칵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랴오닝(遼寧) 성 선양(瀋陽) 시에 사는 스 씨의 어머니(48)는 “발을 씻겨 주는 딸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감동이 밀려왔다”며 “너무나 고맙고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환하게 웃었다.
○ 아주 특별한 어버이날
학부모들은 이날 오후 서강석 총장을 만나 유학생들이 면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준 데 대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 서 총장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으로 경색된 한중 관계가 곧 풀릴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만큼 훈훈한 자리였다”고 말했다.
23일에는 삼계탕으로 점심식사를 한 뒤 광주지역 최대 사업장인 기아자동차를 방문했다. 뷰티미용학과와 치위생학과 학생들은 유학생 학부모들에게 두피 관리와 스케일링 서비스를 했다. 방문 사흘째인 24일 학부모들은 전북 부안군 변산면 채석강과 전주한옥마을을 둘러본 뒤 광주에서 환송 만찬을 갖고 귀국한다.
○ 한중 교류협력 거점 대학
호남대는 중국과 민간 교류의 폭을 넓히기 위해 2015년부터 ‘중국과 친해지기 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전담 인력이 배치돼 중국인 유학생이나 다문화가정, 중국인 관광객이 광주에 머무르면서 겪는 애로사항을 해결해 주고 중국과의 민간교류 협력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호남대 공자아카데미는 2006년 개관 이후 중국어 교육과 활발한 문화예술 교류를 통해 민간 외교관 역할을 해오고 있다. 해마다 시민, 학생 2500여 명이 중국 교육부가 파견한 강사에게서 중국어를 배우고 있다. 광주 전남 지역 유일의 중국어능력시험 인증기관으로 연간 1500여 명이 이곳에서 시험을 치른다. 지난달 전북 고창에 분원을 개원하는 등 전남 여수와 나주에도 분원이 있다.
호남대는 2000년 중국 후난대와 자매결연을 한 이래 지금까지 100여 개 중국 대학과 협약을 통해 활발한 교류 활동을 하고 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