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발전이 도시발전이다 ― 부산대 전호환 총장 인터뷰
부산대 전호환 총장은 ‘소통의 달인’으로 불린다. 그의 어깨에는 부산대를 글로벌 명문으로 키워야 하는 숙명이 올려져 있다. 부산대의 발전은 곧 부산시의 발전과 맥이 닿아 있기도 하다. 박경모 전문기자 momo@donga.com
4차 산업혁명시대 인재 양성
-직선제 총장으로 취임해 1주년을 맞았는데, 가장 큰 성과와 앞으로 역점 사업이 있으시다면….
“지난해 5월 취임 후 1년간 우리 대학의 위상을 다시 바로 세우고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중앙정부와 국회, 지역사회 곳곳을 뛰어다녔습니다. 학생들과는 ‘줄탁동시’라는 오픈토크행사를 마련하는 등 무엇보다 학내 구성원들 간의 화합과 소통을 중시했습니다. 교수들과는 보직자 대토론회를 열어 대학혁신을 위해 머리를 맞댔습니다. 앞으로 부산대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필요한 인재양성은 물론, 미래 산업수요에 대비하는 연구중심대학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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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QS 세계대학평가 상위 30위권에 포함된 미국 대학 15개는 모두 연구중심대학입니다. 결국 대학의 경쟁력은 정부의 대학정책과 재정지원의 차이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주립인 미시간대와 버클리대를 제외한 13개가 안정된 재정을 가진 사립대학입니다. 작년 8월 저는 미시간대를 방문하여 두더스탯 전 총장을 만나 많은 이야기를 들었는데, ‘연구중심대학과 미국의 미래’라는 책을 저에게 주었습니다. 미국에는 3600여 개의 대학이 있는데 국가의 핵심 자산인 연구중심대학은 60여 개뿐이며, 정부의 강력한 특성화 정책과 집중적인 재정투자가 성공의 핵심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미국의 대학은 연구중심대학(기초과목 강화 및 박사학위 수여), 교양중심대학(학사 혹은 전문석사학위 수여), 그리고 2년제인 산업중심대학으로 구분됩니다. 입학자격도 철저히 구분하고, 정부지원금도 차등화하고 있습니다. 이는 효율적 재정지원의 프레임으로 정착했고, 다양화·차별화·특성화를 통해 대학이 급변하는 21세기의 ‘국가 싱크탱크’로서 제 기능을 담당할 수 있는 원천이 되었지요.”
-연구중심대학이 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법·제도적 뒷받침과 재정투자입니다. 해방 이후 대학의 입학정책은 많이 바뀌었지만 정작 대학교육의 혁신은 없었습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강력한 의지를 갖고 거점 국립대뿐만 아니라 국공립대를 살리는 방향으로 법제도를 제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존의 공모형 정부 재정지원사업 방식을 과감히 탈피하고 대학과 총장에게 총괄적인 재정운용 권한을 줘서 ‘책임경영’을 하도록 해야 합니다. 대신 성과를 바탕으로 책임을 강화해 물으면 됩니다. 총장이나 각 대학이 원하는 발전방향에 맞게 우수교원을 유치하고, 교수들의 연구역량에 따른 인센티브를 대학이 스스로 결정하도록 제도화해 대학과 총장의 리더십과 자율성을 강화하는 법적 제도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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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재정은 사실 대학평가 상위권을 차지한 대학들의 핵심 경쟁력입니다. 주립인 미시간대의 경우 등록금은 약 6만 달러(약 7000만 원) 수준이고, 대학재정은 연 4조 원 규모입니다. ‘국립대학=등록금이 싼 대학’으로 인식되는 우리나라와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성과는 재정 투입에 비례하는데, 세계대학 평가순위가 대학재정 순위와 비슷한 것이 그 증거입니다.”
바이오융합-스마트신소재-인문학 역량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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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는 기초학문 분야의 강화입니다. 이를 위해 부산대는 올해 초 세계 수준의 기초과학 연구 프로젝트인 IBS 기후물리 연구단을 국립대학 최초로 유치했습니다. 세계적인 석학들을 지속적으로 초빙해 부산대를 기초학문 연구의 메카로 만들 것입니다.
둘째, 부산대를 대표할 학문을 집중 육성하고자 합니다. IoT·ICT, 바이오융합, 스마트신소재, 재난안전, 해양자원개발 등 5개 학문분야에 재원을 집중 투자해 QS세계대학평가의 50∼100위권에 들도록 할 것입니다. 또 QS평가 학문분야의 101∼200위권에 이미 진입한 기계·항공, 약학, 건축, 토목·구조공학, 재료과학, 화공 분야도 100위 이내로 올라갈 수 있도록 지원할 것입니다.
셋째는 인문학 기초역량 강화입니다. 인문학을 기초로 한 글로벌 인재 육성과 문제해결 능력을 갖는 창의적 인재를 키우기 위해 학생들이 인문학 도서와 명저를 읽는 ‘명저 50선 저자 되기’ 같은 ‘책 읽는 대학’ 프로젝트를 새롭게 시행 중입니다.”
-그 외에도 부산대 발전의 모멘텀이 있다면….
경암 송금조 선생의 기부로 마련된 부산대 양산캠퍼스. 경남 양산 신도시에 위치한 110만 ㎡(33만 평) 규모의 양산캠퍼스는 향후 부산대가 의생명과학 연구중심대학으로 도약할 수 있는 근간이자 모멘텀으로 기대되고 있다. 부산대 제공
양산캠퍼스에 거점 국립대학 중 유일하게 부산대에만 없는 수의과대학을 유치하고, 울산에 있는 연구중심대학인 UNIST와 의생명 관련 연구 협력체계를 구축할 것입니다. ‘항노화연구원’을 설립할 수 있도록 정부에 요청하고, 의약·바이오 기업 및 연구기관을 적극 유치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양산은 한국에서 손꼽히는 의생명바이오 클러스터로 발전할 것이고, 대학이 지역을 살린 모범적인 사례로 기록될 것입니다.”
취업-교육인프라 강한 ‘우량주’
-우수인재들이 부산대를 주목하고 선택해야 할 이유를 꼽는다면….
“우선 부산대는 취업이 유리합니다. 지역인재 할당 등으로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주택금융공사 등 공기업 취업 기회가 수도권 대학에 비해 훨씬 유리해졌습니다. 또 부산 울산 경남지역에는 조선, 기계, 해운, 화학, 자동차 등 한국 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기업이 많아 관련 학과 취업률은 전국 최고입니다. 포스코 상근임원 수 2위 등 개교 71년 동안 쌓인 21만 부산대 동문들의 폭넓은 네트워크도 탄탄한 힘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부산대는 특히 우수한 교육 인프라를 갖추고 있습니다. 부산대의 산학협력은 연간 2500여억 원으로 전국 대학 최상위 수준인데, 이는 훌륭한 연구·교육 인프라를 이용한 교수와 학생의 공동연구 덕분입니다. 이 외에도 학생들의 장학금 수혜율은 70%에 달해 사실상 등록금은 연 140만 원 정도로 부담이 적습니다.”
-문재인 정부에 국공립대 발전을 위해 제안하고 싶은 게 있다면….
“학령인구 급감에 따른 대학의 구조개혁과 체질 개선입니다. 우리나라 380여 개의 대학 중 6∼7년 안에 절반 이상이 문을 닫아야 합니다. 부실 대학은 과감히 정리해야 됩니다. 공교육 강화를 위한 국립대학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거점 국립대학은 연구중심대학 체제로 가야 합니다.
최근 동아일보에 문재인 대통령의 교육공약을 총괄 지휘한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의 대학정책과 발전에 관한 방향이 보도된 적이 있는데, 현재 우리 국공립대가 요구하는 방향과 일맥상통합니다. 국공립대 학생 비율을 24%에서 40%로 올려 국공립대 비중과 역할을 더 높이고, 재정지원도 대폭 늘려야 한다는 것에 공감합니다. 특히 우수교원 확보와 시설 보완으로 거점 국립대를 명문대로 만드는 것, 그리고 각 지역의 주요 사립대는 정부 지원과 함께 공영성을 높인다는 발전 방향은 아주 바람직합니다.”
부산=이종승 전문기자 urisesang@donga.com
●전호환 총장은
1977년 부산대 조선공학과에 입학해 학사, 석사를 마쳤고 영국 글래스고대에서 조선해양공학 박사를 취득했다.1994년 부산대 교수로 임용된 후 대외협력부총장을 거쳐 2016년 제20대 총장으로 선출됐다. 조선공학우수연구센터(ERC)와 조선해양플랜트 글로벌 핵심연구센터(GCRC) 소장을 역임하며 200여 편의 SCI급 논문을 발표한 국가과학기술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