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대 교수 日서 돌아온 그림 정밀 감정… 6월 논문 발표
최근 일본에서 한국으로 넘어온 고려 불화 ‘관음보살내영도’. 고려시대 내영도 가운데 아미타불 대신 관음보살을 그린 불화는 처음이다. 금가루로 칠한 관음보살의 보관과 목걸이, 팔찌, 옷자락이 더없이 화려하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왜 관음보살만 그렸을까
○ 지상으로 내려온 ‘금빛 관음’
금실로 수놓은 화려한 천의(天衣) 자락을 휘날리며 관음보살이 구름을 타고 내려온다. 천의를 휘감은 투명한 비단도 바람에 나풀거린다. 극락으로 들어가길 갈구하는 중생의 염원이 전해졌을까. 아직 지상에 닿지도 않았는데 관음의 오른손은 이미 죽은 이를 향해 손짓하고 있다. 부드러운 표정으로 사자(死者)를 맞아들이는 관음이 속삭이는 듯하다. “그동안 고생 많았네. 이제 편히 쉬시게.”
이번에 확인된 관음보살내영도는 가로 34.5cm, 세로 83cm 크기의 비단에 관음이 구름(飛雲)을 타고 극락에서 지상으로 내려오는 장면을 극적으로 표현했다. 마치 귀부인을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얼굴의 관음은 오른손을 내밀어 왕생자를 인도하는 동시에 왼손으로 붉은색 연꽃을 받쳐 들고 있다. 연꽃 위로 앙증맞게 그려진 아미타 화불을 특히 주목할 만하다. 김창균 동국대 교수(불화 전공)는 “고려불화 가운데 보관이 아닌 연꽃 위에 화불이 그려진 전례가 없다”며 “매우 특이한 도상(圖像)”이라고 말했다.
관음이 머리에 쓴 보관을 비롯해 목걸이, 팔찌, 옷자락 등을 화려하게 물들인 금빛도 보는 이의 눈길을 잡아끈다. 특히 천의를 장식하고 있는 세밀한 식물무늬는 금 선묘(線描)의 진수를 보여준다. 관음의 옷자락에 연꽃과 당초(唐草), 보상화, 모란 잎의 4가지 무늬가 한꺼번에 그려진 것이 독특하다. 문 명예교수는 “하나의 옷자락에 4가지 식물무늬를 함께 묘사한 고려불화는 처음 본다”고 말했다.
○ 일본서 고국으로 돌아온 관음
관음보살내영도는 비단 테두리를 일본식으로 배접한 흔적이 남아 있어 과거 어떤 시점에 일본으로 유출됐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화기(畵記)가 없어 유출 시점을 알 순 없지만 고려불화들은 고려 말 왜구들에 의해 약탈됐거나 일제강점기 때 빼돌려진 게 대부분이다.
문 명예교수는 관음보살내영도의 역사적 의미를 분석한 논문을 다음 달 15일 학술지(강좌미술사 48호)에 게재할 예정이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